◆전순득 경기벤처협회장 kyva@kyva.org
신문마다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난에 대한 기사가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처음 벤처기업 창업이 정부에 의해 주도됐을 때, 그것은 무엇보다도 사회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하였고 창의력과 패기로 창업한 업체 중에는 세계일류 기술력으로 국제무대에 진출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이는 아마도 우리나라 유사 이래 처음 보는 쾌거가 아닐까 한다.
지금 또 다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급기야는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에 사원 채용을 늘려달라는 청탁(?)을 해야 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는 변화된 사회와 신세대 젊은이들에 적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전통산업 분야에 IT를 접목한다든지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이공계 인력의 기술벤처 창업이 역시 그 방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벤처는 창업기업의 5% 내외만 성공할 뿐, 나머지는 사라지고 또 다시 새로운 벤처가 생겨나면서 벤처생태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창업·소멸의 선순환이 반복되며 기술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경제상황은 자금유통이 꽉 막혀 벤처창업 자체가 무척 힘들다.
결국, 창업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기 위해 현재의 사회여건에 맞는 새로운 벤처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그 핵심은 역시 ‘자금’에 있다. 코스닥이든 인수합병시장 활성화든 시장에 자금이 순환되어야 하고,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확대정책’도 펴야 한다.
그리고 기술신용보증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은 벤처 속성상 어느 정도의 손실금을 사회 전체가 감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대출손실에 대해 금융기관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정책으로는 정부의 신용보증 확대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 벤처기업들이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전에 바탕을 둔 성장동력을 추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미래한국의 성장산업’이나 가깝게는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라는 국가 청사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국민 모두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 벤처기업 수만 해도 현재 2000여개를 헤아린다. IT·바이오·정밀기계·반도체장비·통신설비 등 다양한 업종이 존재하지만 제조업 기반의 중소벤처기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전국 벤처기업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벤처협회에서는 지난 5월 말 2003 경기중소벤처박람회 기간에 미국·영국을 비롯한 40여개국 주한 상무관을 초청하여 수출상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도내 150여개 기업에서 참가해 성황을 이뤘고 상당한 실적을 거뒀는데, 벤처기업 대표들로부터 이런 행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해외 전시회에 여러번 참가해봤지만, 정부지원이 있다해도 수출상담을 위한 자금과 시간, 노고가 만만치가 않았다. 그런데 각국의 상무관을 한자리에 초청하여 개최하는 상담회는 활용하기에 따라 커다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벤처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이러한 협회의 노력에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차원의 더욱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시장에 맞고 상황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정책이나 비전도 필요하지만 지금 벤처에 더 필요한 것은 생존을 위한 작은 배려와 관심이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벤처기업인들에는 조그마한 애정도 큰 힘이 된다. 기로에 서 있는 한국 벤처산업의 기를 살려주는 작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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