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e비즈니스 추진동력

◆최준영 산자부 산업정책국장 jychoi@mocie.go.kr

 

 꿈을 현실로 만드는데는 기회가 필요하다. 산업입국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데는 ‘수출’이라는 기회가 있었다. 이제 우리는 지식입국의 꿈을 가지고 산업정보화, e비즈니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산업은 매우 리스크가 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우리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산업들이 지식 집약도가 낮은 분야로 분류된다. 향후 성장가능성을 기준으로 볼 때도 매력도가 낮은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지식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향후 먹거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지식과 서비스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양대 엔진(twin engine)으로서 그 자체가 산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력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줄 핵심적인 요소다.

 이런 차원에서 e비즈니스도 기존산업에서 IT를 활용함으로써 보다 광범위한 지식과 서비스를 기업경영에 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으로서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급속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을 되돌아보면 e비즈니스 분야는 기업 내부의 기초 소프트웨어,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사내정보화를 시발로 하여 기업간 공급망관리(SCM), e프로큐먼트, e마켓플레이스 등 거래관계로 발전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e비즈니스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았던 e마켓플레이스의 동향은 그간 e비즈니스의 어려운 경험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도 90년대 후반들어 비로소 잉태되기 시작한 e마켓플레이스가 2000년 초에 1000여개로 성장하고, 이중 20개 e마켓플레이스가 상장되어 이들의 시장가치만 해도 1000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뒤를 이어 코비즌트 등 산업컨소시엄형 e마켓플레이스가 업종별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간에 부품소싱 체계를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제품설계·판매 등을 추진하는 일(collaboration)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른바 쉐이크 아웃(shake-out)으로 불리는 대규모 퇴출이 뒤를 따랐다. 아직도 프리마켓이나 코비즌트 등의 대표적인 e마켓플레이스는 지속적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해 나가면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우리나라도 벤처투자 붐을 타고 대규모 IT시스템 투자를 동반한 혁신적인 e비즈니스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었지만 크리티컬 매스(바람직한 결과를 효과적으로 얻기 위한 충분한 양)를 넘어서는 고객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드물다.

 오히려 오프라인의 아웃소싱기법과 전자적 구·판매를 혼합한 형태의 비즈니스모델 내지 사내정보화 단계에 주력한 일부 솔루션 업체들이 오프라인 기업과의 짝짓기에 성공해 그나마 생존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e비즈니스 업계에는 당분간 뉴딜식의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 체력을 보강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상황인식과 이제는 분야별로 성공한 e비즈니스 업체들이 등장할 때가 됐다는 낙관적 인식이 혼재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e비즈니스를 통해 지식경제 강국이 되려는 꿈을 이루려면 아날로그 기반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전통기업들이 e비즈니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기업은 지식경영과 수평적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내부경영을 효율화하고, 광범위한 외부시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B2B 전자상거래 등 정보시장의 활용을 적극 추진해 가야 한다.

 e비즈니스는 새로운 것이라는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지금껏 노력해온 기업혁신, 구조조정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혁신과 IT 활용을 동전의 양면처럼 인식하는 e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

 2000년 이후 벤처자본시장의 버블붕괴 여파가 마무리되어 가는 단계에 있는 듯하지만, 아직까지 진정한 수요자적 측면에서의 e비즈니스 추진동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e비즈니스는 우리 산업이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기회이며, 비온 뒤 꽃망울을 틔어줄 따뜻한 태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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