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정책을 놓고 그동안 극단적인 대립을 피해온 방송위원회가 문화관광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방송영상정책 주도권 싸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방송법 개정 방침에 대해 문화부는 한마디로 ‘어의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정부의 조직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민간인 신분으로 방송사업자를 선정하고 사후관리와 감독을 하는 등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방송영상분야를 산업적인 차원에서 지원 육성해야 할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동안 문화부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입장이다. 방송과 영상분야는 일종의 문화콘텐츠며 산업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제작, 수출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부분 등은 문화부가 직접 정책을 수립,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근거로 문화부는 방송법 제92조 ‘문화관광부장관은 방송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부는 오히려 방송위가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방송위원회는 방송발전기금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화부는 특히 “지난 98년 ‘방송영상산업 진흥대책’을 수립, 시행함으로써 방송영상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문화부에서 이같은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야 국내 방송영상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부는 “방송위가 할 일은 따로 있다”는 것이고 이같은 의지는 4일 발표한 ‘방송영상산업진흥 5개년 계획’에 강하게 투영돼 있다.
이와는 반대로 방송위 역시 나름의 분명한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노성대 위원장의 4일 기자회견 내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노 위원장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문화관광부의 방송정책권 환수 운운은 명백한 월권행위이자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방송위가) 방송정책, 행정, 지원기능을 총괄하는 독립위상을 세울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방송법 제27조 방송영상정책에 관한 사항을 문화부 장관과 합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부분과 방송법 제92조 문화부 장관이 방송영상산업의 진흥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한 부분은 법적 모순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같은 방송위의 논지는 그간 줄곧 공개돼 왔다. 지난 2월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방송정책권은 문화부가 갖고 방송위는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규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밝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은 “김 전장관의 발언이 정부부처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구로서 정책입안과 행정규제 권한을 가진 방송위의 법적 위상과 권능을 침해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방송위측은 방송의 주무기관으로서 방송정책과 행정·규제 기능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며 이 조항들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방송법 제27조의 ‘합의’ 문구를 ‘협의’로 변경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중이다.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은 “현재 방송법의 독소조항은 통합 방송법 제정시 공보처가 참여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하루속히 개정해 방송위의 위상을 재정립해 방송위가 독립적인 방송정책을 수립·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양측의 갈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지만 여기에 유관부처인 정보통신부까지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정부 조직개편을 앞두고 이들이 브레이크 없는 충돌을 거듭할 경우 자칫 정부부처간 이전투구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청와대가 됐건 부처 장관들이 됐건 서로 무릎을 맞대고 조율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유병수기자>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5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