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이 IT투자 `생명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생명과학분야 IT 투자 추이

 생명과학 관련 업체들이 정보기술(IT) 투자를 늘리면서 극심한 불황에 빠져있는 IT업체들의 최대 고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4일 C넷은 최근 전세계 생명과학 관련 업체들이 인간 유전자(게놈) 지도를 완성한 데 이어 단백질 지도 등으로 연구범위를 확대하면서 각종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중대형 컴퓨터의 용량을 확장하는 등 IT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시장조사회사 ID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생명과학분야 IT투자가 지난 2001년 120억달러(약 14조4000억원)에서 매년 약 20%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오는 2006년 시장규모가 300억달러(약 36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림 참조

 전문가들은 생명과학업체들이 전반적인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유독 IT투자만은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우선 최근 생명과학 연구가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여 신약 등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최근 수직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투자회사 레만브러더스 애널리스트 앤소니 버틀러는 “제약업체들이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지난 95년 7억달러에서 2001년 8억달러를 기록해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이후 신약개발 비용이 매년 약 30%씩 상승하고 있어 오는 2005년에는 16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제약업체들은 단순 반복작업을 끝없이 되풀이 해야 하는 실험실습 및 그 결과(데이터)를 처리하는 등 거대한 신약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IT투자만은 늘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미국 FDA가 신약 승인에 필요한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제출토록 한 것도 미국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전세계 제약업체들로서는 초고속인터넷 등 IT투자를 서두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외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버틀러는 덧붙였다.

 이처럼 최근 생명과학분야가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등장하자 IBM과 오라클 등 컴퓨터 거인들은 물론 신생 벤처기업들까지 이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IBM은 올초 기존 컴퓨터를 인터넷 등으로 통합하는 이른바 ‘그리드’ 기술을 이용한 슈퍼컴퓨터를 2종이나 출시하는 등 선두를 달리고 있다.

 벤처기업 중에서도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트럭처럴바이오인포매틱스가 단백질 구조 등을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은 물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연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선보여 최근 관련분야 연구원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