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의 고급 기술과 인력의 잇단 해외유출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검찰에 의해 적발된 몇건의 사례를 보면 LCD 및 컬러 STN LCD 기술과 설계도면을 중국에 넘겨 주려하는가 하면 기술자료를 외국에 넘겨주고 외국으로 나가려고 한 것은 기술 및 인력 유출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를 짐작케 한다.
노동인력의 국제적 이동은 꼭 부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노동력의 유연성이 높아지면 효율적인 배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이다.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듯 자기가 몸담은 회사의 기술이 담긴 설계도면 채로 유출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검찰측은 이번 기술유출로 피해 회사가 투입한 개발비만 56억원에 이르렀고 중국 회사가 이 기술을 사용, 이른 시일 내에 제품을 양산할 경우 수출 피해만 340억 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기술이나 인력의 부당한 유출로 해당업체는 물론 국내 산업에 적지 않은 피해가 간다는 점에서 그것은 근절돼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마음만 먹으면 핵심기술을 유출시킬 수 있는 허술한 관리체계도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인력유출에 따른 위기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뜷린 셈이다.
이번 기술인력의 해외 유출은 그것을 시도했던 개인의 잘못만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어느새 해고에 대한 위협을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회사에서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면 인력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 특히 고급인력 양성은 시간이 걸리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인력보다 외국으로 나가는 인력이 많다면 기업은 물론 국가적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연구기반이 약화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이나 노하우의 창출이 어렵게 돼 결국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연구인력이나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대만의 기업이 국내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연봉을 3배 가량 더 지급한다고 하니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은 연봉이 많다하더라도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도 외국으로 가려고 한다면 그들이 왜 그러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연구인력에 대한 적절한 처우와 안정적이고 또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을 때 인력유출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 정보기술(IT) 수준이 급속하게 발전하기 때문에 이에 부응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도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이공계나 기술직 기피가 장기화되면 기술인력 대란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따라서 기업체와 정부는 노동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고급인력의 국외 유출에 대해서 비판만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외국의 고급인력을 유입할 수 있는 제도와 유인책을 갖추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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