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 엄청난 파워를 가진 ‘방송’을 매체로 불법제품만 빼고 모든 것을 파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신종 직업군 중 하나다. 억대 연봉을 받는 인기 쇼호스트도 심심찮게 나온다.
김효석씨(35)는 자신감있는 말솜씨와 깔끔한 인상으로 CJ홈쇼핑을 대표하는 간판 쇼호스트이자 쇼호스트 팀장이다. 2000년 3월 입사후 3년 만인 2002년에는 136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기록으로 CJ홈쇼핑 1위를 차지했다. 분당 매출 4200만원의 컴퓨터 판매실적으로 홈쇼핑 기네스북에도 오르기도 했다. 눈에 띄는 기록만큼이나 연봉도 세다. 사규상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입사 2년반 만에 첫 연봉의 4배로 훌쩍 뛰었다고 귀띔해 준다.
“쇼호스트는 방송인이 갖춰야 하는 신뢰감과 정갈한 이미지에 세일즈맨의 영업능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직업입니다. 두가지 영역을 넘나들어야 하기에 힘든 일도 많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합니다”라며 쇼호스트란 직업 애착론을 폈다.
CJ홈쇼핑의 쇼호스트는 42명이다. 연령도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고 슈퍼모델, 아나운서, 스포츠맨 출신 등 전직도 가지각색이다. 저마다 주력분야가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게 이들의 목표다. 때문에 쇼호스트 사이에서는 ‘매출이 곧 인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이야 쇼호스트가 무엇인지 많이 알려지고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지만 초기 시장인 몇 년 전만 해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 후배 쇼호스트의 에피소드 하나. 쇼호스트에게는 쉬는 날이 따로 없다. 방송 안하는 날이 쉬는 날이다. 때에 따라서는 오후 2∼3시쯤 출근하고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날, 이웃 주민들이 후배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자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할머니왈, “호스트라고 하던가…. 뭐라고 하던데?” 이웃사람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거렸다고 한다.
지금은 그같은 오해가 없지만 불규칙한 생활과 하루하루, 아니 분 단위로 집계되는 매출실적은 늘 부담이다. 또 언제나 시장상황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란다. 김 팀장의 취미는 쇼핑이다. 백화점이나 상점을 돌며 최근의 상품 트렌드가 무엇인지, 가격은 얼마인지를 꼼꼼히 파악해 둔다. 그래야만 홈쇼핑과 백화점과의 가격차를 정확하게 방송에서 말하고, 그것이 곧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 팀장의 세일즈 방송 철학은 “실제 사용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살아있는 정보를 주고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와 가전제품은 직접 샘플을 렌트해 사용해 보고 돌려준 다음 판매방송을 한다. 당연히 공감가는 멘트가 나온다. 주방용품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한식조리 자격증을 보유한 정식 조리사다. 주방용품에 관한 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한다.
김 팀장은 최근 이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한 책 ‘세일즈 전사로 다시 태어나기’를 내놨다. 개그맨 최성훈씨의 권유로 세일즈의 기본기와 완성기를 거쳐 ‘어떤 물건도 팔 수 있는 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국내 쇼호스트로서는 처음 선보인 책이다.
그는 앞으로 보석이나 가구 같은 다른 분야 세일즈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한다. 또 나이가 든 후에는 세상 경험을 바탕으로 세일즈 강사로도 활동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도전과 꿈, 그가 최고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유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반도체 중심도시 꿈꾼다…용인시, 이동신도시 본격화
-
2
'AI 지각변동' 中딥시크 창업자는 본토 출신 40세 컴퓨터전공 펀드매니저
-
3
엔비디아, 中 AI 딥시크 등장에 846조원 증발
-
4
김해공항 에어부산 항공기서 불…인명 피해 없어
-
5
유출된 아이폰17 에어 후면 패널 보니… “카메라홀은 하나”
-
6
트럼프, '한국산 세탁기' 언급…“관세 안 내려면 미국 공장 지어야”
-
7
“이 동작 가능해?”…발전하는 4족보행로봇 [숏폼]
-
8
ASML, 지난해 매출 283억유로…“올해 매출 300억~350억유로 전망”
-
9
인하대, 오사카대학과 AI·데이터과학 분야 연구협력 협약 체결
-
10
포스코퓨처엠, 구미 양극재 공장 매각 추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