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월드컵 열기와 벤처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대표이사 hskim@securesoft.com

 

 월드컵의 열기 1주년을 맞은 요즈음 그 날의 함성이 아련하다. 세계는 한국민의 역동성과 건강함에 감동했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바뀌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60%까지 올라갔고 IMF를 극복한 경제나 한국민의 문화적 배경은 세계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보여 주었다.

 사실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 이벤트만은 아니었다. 우리 스스로의 잠재된 국민성과 힘을 확인하게 되었고 히딩크로 상징되는 전문적인 리더십과 더불어 학연과 지연의 불합리한 체제를 능력 위주의 시스템으로 만들 때에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무엇보다 세계를 향해 우리의 정체성과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구호가 난무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젊은 함성 뒤에는 청년 실업자들의 아픔이 있고 뻗어가던 한류열풍도 연예계 비리로 주춤해졌다. 역동적이고 투명한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벤처기업은 아직 정착을 못하고 있고 세계적인 IT인프라는 생산적인 측면으로 활용되는 이상으로 갈등과 쓰레기로 난무하고 있다.

 무엇보다 발전의 원동력이 될 기업인이나 기술자들이 설 땅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공대를 기피하고 고시공부로 돌아서는 이들의 모습에서 아직도 사농공상의 사상이 사회적 인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주체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비용과 희생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가의 어깨는 처질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IT강국을 표방한 바 있으며 도전적인 기업가정신과 벤처정신, 그리고 글로벌시장의 추구를 높은 가치로 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월드컵에서 맛본 우리의 영광을 산업적 측면에서 재현하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본다.

 첫째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살려야 한다. 벤처를 통해 우리는 기업가정신이 높은 민족임을 발견하였다. 많은 이들이 기업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고 기업이 잘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의 현장을 체험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기업가가 다른 변수에 대해 신경을 안써도 되는 기업환경이 될 때에 자기 제품을 잘 만들고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는 데 100%의 시간을 쏟을 수 있다. 그래야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둘째, IT는 생산성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인터넷은 개방적이고 활발한 교류의 장이지만 이미 갈등과 익명성을 통한 언어폭력과 편가르기는 도를 넘어섰다.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 소비적인 행태의 비율이 지나치다. 과연 고객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절실하게 지켜야 한다고 책임을 느끼는 인터넷사업자들이 얼마나 될까. 인터넷이 신뢰와 보호를 받지 못하면 많은 기업과 개인은 이곳을 떠나게 된다. IT인프라가 좋다고 산업이 절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대비 효과에 근거해서 차분히 기업의 활동공간을 구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투명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류열풍을 통한 우리문화와 경제의 접목은 잠재력이 컸다. 그러나 불투명한 구조와 폐쇄적인 관행이 뻗어가는 열기를 잠재웠다. 기업 스스로 윤리의식을 지녀야 하지만 기업이 투명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적 요소와 불공정한 거래관행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공평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의 생산적인 투자를 유도해 시장을 확대하고 그 유통과정과 거래질서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필요한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업은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우리가 국민소득 1만달 에 오기까지는 각 개인이나 기업의 노력과 열정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리더십과 시스템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부단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건전하고 상식적인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과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도전적 리더십이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요소다. 더불어 우리에게는 IT와 벤처정신, 고유문화가 있기에 가능성이 있다. 이를 어떻게 통합해서 실현하느냐가 우리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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