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기념해 엊그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경제안정에 두고 경기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가닥을 제대로 잡은 올바른 판단이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투자야말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면서 물가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을 강화하면서 경기도 좋아지는 ‘1석 3조’의 효과를 내는 가장 좋은 방법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재계가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2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천명했고, 또 경제5단체장 및 주요 그룹 총수와 오찬간담회를 가진 다음날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어서 성과가 자못 기대된다.
사실 참여정부 출범 후 지난 100일 동안 재정 조기집행,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세제지원 등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한 채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최근 금리인하와 병행해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으나 요즘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금리인하나 추경예산 편성이 경기에 실제적인 영향을 주기보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의 투자활성화 내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금리인하와 추경예산 등을 통한 단기적 부양과 함께 대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경우 생산가동률이 증대되고 경제성장력이 확충되는 등 ‘파이’가 커질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또 고용창출로 이어져 결국 실업해소에까지 연결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져 기대하는 바 크다.
문제는 기업이 마음놓고 의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다. 무엇보다 투자에 따른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이번에 노 대통령이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와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강조하기는 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각종 경제정책의 기조가 급변하거나 후퇴·번복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된 원인으로 세계시장의 회복 지연 등 외부 요인에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집단이기주의에 흔들리는 편향된 노선 등이 지목되는 점만 봐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또 정부와 재계 사이에 아직 불신감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개혁 대상을 재계로 보고 있고, 재계는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가려는지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투자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기업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불안과 의구심을 풀지 못할 경우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성장잠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기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든다.
내수·투자·수출 등 경제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부문이 휘청거리는 현실에서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면서 기업을 중시하는 정책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기업 활동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을 없애고 대기업을 성장엔진으로 여길 때 대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들이 최근 투자 표명과 함께 정부에 제시한 요망사항 중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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