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항로가 청산쪽으로 급선회하면서 SK텔레콤, SKC, SK(주) 등 SK그룹주는 물론 채권단인 은행주들의 주가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서게 됐다.
29일 증시에선 SK글로벌 처리에 따른 이해득실과 기업존폐 가능성에 따라 관련주의 주가등락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폭격을 맞은 듯한 상황이 펼쳐졌다.
법원의 결정과 청산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증시에서는 이미 ‘포스트 SK글로벌’에 대비하는 투자움직임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SK그룹주 중에서는 단연 SK텔레콤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그룹분리 가능성이 그동안 SK텔레콤 주가를 짓눌러왔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리스크를 해소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동원증권 양종인 수석연구원은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K텔레콤은 SK그룹의 지배력이 약화돼 기업투명성이 제고되고 SK글로벌, SK C&C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도 줄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등의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SK글로벌이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은 현재 해외 파킹분(114만주)을 포함, 345만주며 매입시 6234억원의 소요자금이 들지만 자사주 신탁에 현금 3500억원의 여유를 안고 있어 2734억원의 현금만 추가적으로 필요, 큰 영향을 가진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양 연구원은 SK글로벌이 어떻게 처리되든 SK텔레콤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며 결국 SK텔레콤의 견실한 펀더멘털에 기초한 주가상승세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주)도 결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대세에 실려 주가 긍정성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여전히 신용리스크가 크게 걸리는 데다 유동성 위협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급격한 상승여력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투자신탁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오너체제 탈피라는 점과 지분경쟁에 따른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주가상승 탄력은 크게 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크레스트가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중대한 주가 위협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날 사태의 정점에 서있는 SK글로벌과 SKC는 상대적으로 큰 주가하락세를 보였다. SK글로벌이 7% 이상 하락했고 SKC도 5% 이상 급락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SK글로벌의 경우 기업청산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피해갈 수 없고 SKC는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협과 충격흡수 능력에 대한 우려가 깊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SK글로벌 처리문제를 놓고 SK그룹과 대립각에 있는 채권은행단 소속 은행주들도 부정적 시각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메리츠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들은 50%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지난 3월말 결산시 은행들이 적립한 금액은 여기에 턱없이 모자란다”면서 “2분기에 충당금 적립부담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하나은행, 신한지주, 기업은행이 0.5∼4.4%의 오름세를 탄 반면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은 내림세를 보여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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