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SK글로벌의 청산형 법정관리 신청을 최종 결의함에 따라 재계 3위인 SK그룹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속중인 최태원 SK(주) 회장은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은 상태여서 SK글로벌이 청산되면 계열사 지분을 모두 날리게 돼 59개의 계열사로 구성된 SK그룹은 사실상 해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28일 SK그룹이 SK(주)의 매출채권 출자전환 규모를 국내 4500억원, 해외 4500억원 등 총 9000억원 규모로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으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청산작업에 돌입했다.
SK그룹이 출자전환 규모를 9000억원으로 하는 대신 SK글로벌을 향후 5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매출 18조5500억원, 에비타(EBITDA) 5400억원의 우량기업으로 만들겠는 내용으로 제출한 중기사업계획서에 대해서도 적절한 규모의 출자전환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결국 청산절차 돌입과 함께 담보로 잡고 있는 최 회장의 지분 전부를 처분하겠다는 게 채권단측의 공식 입장이다.
이에 앞서 SK(주)는 이날 오전 이사진 간담회를 개최하고 채권단이 제시한 국내 매출채권 1조원 출자전환과 해외매출채권 6000억원 탕감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대부분의 이사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의 요구대로 출자전환을 할 경우 손실도 손실이지만 이사들이 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고발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응할 수 없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최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지분부터 처분할 것”이라며 “이 경우 그룹 정상화를 위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최 회장의 집행유예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최 회장의 지분을 처분하면 SK그룹은 사실상 경영권이 공백상태에 놓이게 돼 그룹 체제가 해체되고 SK텔레콤과 SK(주) 등 주요 계열사들은 독립법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아울러 SK(주)를 포함한 SK그룹 계열사와 은행권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SK계열사들은 상당한 자금압박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도 SK글로벌을 청산할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대폭 상향조정하는데 따른 부담으로 경영에 심각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더라도 청산이 결정되기까지는 3개월에서 6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법정관리 진행도중 ‘회생’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법정관리 신청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이 주관할 것으로 보이며 절차는 현행회사정리법상 재산보전처분, 관리인 선임, 자산·부채조사, 관계인 집회, 정리계획 제출, 관계인 집회 등을 거쳐 청산여부를 결론짓는다. 기간은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 이 기간 특단의 자구가 마련된다면 회생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청산으로 결론지어질 경우 청산개시 절차에 들어가 관리인 선임을 거쳐 다시 채권·채무신고를 받은 뒤 자산을 처분해 빚 잔치를 하는 수순을 밟는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번 채권단의 법정관리 후 청산 결정으로 제기된 자사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일축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과의 협상이 최종 결론난 것이 아니며 그룹 차원에서도 청산까지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며 “SK텔레콤의 계열분리나 독립법인 체제는 전혀 생각도 않고 있다”고 확신했다.
이같은 반응은 최태원 회장의 지배구조 유지 외에도 SK글로벌·SKC&C·SK텔레텍 등 계열사와의 통신사업 공조체제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글로벌은 유선사업(전용회선)을 갖고 있는 데다 이동통신 영업부문(단말기 유통 포함)을 병행하고 있으며 SKC&C는 SK텔레콤의 방대한 전산운영 업무를 맡고 있다.
SK텔레콤이 이처럼 계열분리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채권단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SK가 SK텔레콤 지분(20%, 1800만주)을 매각해 독립법인화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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