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정보화와 인권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온나라가 교육정보화 문제로 시끄럽다. 교육정보화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해 전교조가 인권침해 문제를 제시한 것을 시작으로 ‘강행과 제동’의 줄다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NEIS ‘시행’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밀려 이번주 초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한국교총을 비롯한 시·도교육감, 학부모, 심지어 교육부내 공무원들까지 집단 반발하고 나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혼미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그렇다고 두산중공업·철도 분규나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물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지만 적어도 이익집단의 제몫 챙기기(경제적 이득)는 아니다.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둘러싼 효율성과 인권의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화와 인권 사이에는 어떤 함수관계가 성립할까? 스팸메일, 개인의 정보유출, 인터넷 사기 등 그동안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도 함께 노출됐다. 또 이러한 부작용은 크고 작은 인권침해를 초래했다. NEIS의 경우는 정보화와 인권간 갈등이 교육현장에서 폭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보화는 효율성을 중시한다. 동일 시간 내에 더욱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누구나 다양한 정보를 쉽게 획득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즉 일상생활은 물론 생산과 소비활동에서 정보를 활용하면 훨씬 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정보화다. 그리고 지금은 정보화 시대(사회)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금부터 40여년 전 F 마흐루프가 미국의 사회를 일컬어 정보화 사회라고 처음 지칭한 것만 봐도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고도정보화로 들어섰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쉽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정보화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해킹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정보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니 해킹도 많고, 또 한번 뚫리면 지난 1·25 인터넷 대란과 같은 큰 피해를 초래한다.

 NEIS가 도마 위에 오른 까닭도 정보유출 이후의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 학생의 초·중·고교 생활기록 모두가 인터넷상에 올라 있으니 정보유출시 인권침해가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NEIS는 CS시스템보다 효율성을 높이고 보안도 강화했지만 많은 데이터가 한곳에 집중돼 있어 만약의 정보유출에 따른 위험이 그만큼 크다.

 정보시스템을 더 고도화시킴으로써 교육현장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교사들의 업무도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지만 개인의 인권은 살얼음판 위에 놓이게 된다는 얘기다.

 정보화와 인권은 서로 상반되는 엇박자일 수는 없다. 인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정보화의 대세를 거스를 경우 정보강대국에 눌려 또 다른 형태의 인권침해 내지 탄압을 받을 수 있음을 오랜 역사속에서 보아왔다. 이제부터는 정보화와 인권이 서로 보완되는 순곡선을 그려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우를 범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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