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고객관계관리(CRM)의 방향은.’
전자신문과 한국커머스넷(회장 김재민)이 공동 주관하는 ‘제16차 eBiz클럽 토론회’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고객만족과 사업활성화를 위한 차세대 CRM 구축전략’을 주제로 열렸다. 이상구 서울대 e비즈니스기술연구센터 소장의 주제발표로 시작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차세대 CRM은 정형 및 비정형 고객정보를 지속적으로 지식화하고 급변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및 목표를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통합 CRM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CRM의 투자대비효과(ROI)를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지표 개발과 공공부문의 CRM 도입을 통한 시장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공공부문이 보유한 양질의 고객정보를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방안도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토론내용을 요약한다.
◇사회(정태명 성균관대 교수)=고객중심 경영, 관계지향 경영이 대두되면서 CRM의 도입과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불분명한 목표와 전략, 활용 등으로 여전히 성공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번 토론이 CRM의 현실을 살펴보고 효과적인 모델에 대한 혜안을 얻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전찬성(한국오라클 실장)=현재 CRM은 ERP·SCM이 겪은 시행착오의 경험과 경기침체로 도입 전부터 ROI 분석을 통한 조심스런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CRM은 기업 내부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ERP에 비해 도입 효과의 객관적인 평가지표 설정이 쉽지 않다. 따라서 산학 협동을 통해 ROI 산출을 위한 업종별 템플릿 개발과 구체적인 효과분석 작업이 필요하다. 또 대부분 DB마케팅, 콜센터, 현장업무자동화(SFA) 등 일부 기능만을 구현한 CRM 시스템을 프로세스·정보·기술요소 등을 반영한 통합시스템으로 전환하고 ERP 등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석균(현대정보기술 팀장)=제한적인 데이터베이스로 고객을 평가하는 CRM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영업사원의 PC·메모장 등의 비정형 정보를 지식관리(KM)화해야 효과적인 CRM 구현이 가능하다. 그동안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CRM 구축에만 역점을 둬 마케팅 전략과 데이터 속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과 미숙한 시스템 운영이라는 역효과를 가져 왔다. 이제 SI업체들도 특정 분야에 대한 전략수립, 구축, 운영 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윤병남(한국전산원 단장)=현재 정부·공공부문에서도 맞춤형 대국민 민원서비스와 정책반영을 위해 CRM 도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이미 조달청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 CRM을 도입했고 보건복지부·국세청 등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CRM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시 ROI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또 분석 위주에서 통합 CRM으로 전환되고 파트너십과 협업이라는 대고객 인식 하에 CRM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원호(KTF DB마케팅팀장)=이제 성숙기에 접어든 이동통신산업은 고객유지와 매출증대를 동시에 겨냥해 경영전략의 한축으로 통합 CRM 도입을 추진 중이다. 성공적인 CRM의 도입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마케팅 성과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관점이 전환되고, ROI 분석을 위한 견고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 CRM의 성패는 활용능력의 극대화에 달려 있는 만큼 시스템 도입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김종완(우리은행 팀장)=이제 과거 이력정보를 활용한 고객유지라는 초기단계의 CRM이 신규고객 발굴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스 마케팅에서 벗어나 금융거래 행태분석에 바탕을 둔 통합 CRM을 통해 타깃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CRM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를 일회성 프로젝트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상황변화에 맞게 지속적인 변신을 꾀하고 비즈니스 체계에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구축된 CRM 인프라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고객전략과 수행조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전종훈(코어로직스 사장)=성공적인 CRM을 위해서는 어댑터 등을 충분히 갖춘 솔루션과 커스터마이징, 다양한 솔루션과의 통합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동안 CRM 업계는 솔루션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실적 위주의 CRM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 경쟁력을 상실한 점도 없지 않았다. 또 기존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는 달리 고객 관련 지식을 기업경영과 연계할 수 있도록 CRM 시스템의 중심부에 ‘지식관리엔진’을 탑재하고 이를 분석·운영 CRM 툴과 연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상규(인터파크 부사장)=이제 인터넷쇼핑몰이 성공하기 위해서 물량공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과 기회를 활용해 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을 특정 회원에 집중시키는 개인화된 마케팅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과거 구매이력은 물론 방문횟수와 주기, 호감도, 사회통계지표 등 다양한 정보가 반영돼야 할 것이다. 인터파크의 경우 고객세분화 마케팅 수준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을 가미한 대화형 마케팅 시스템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사회=CRM의 효과적인 운영과 관련해 고객 정보의 공유방안과 그에 따른 정보보호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양질의 고객정보를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유연한 정책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여기에는 고객의 동의와 기업의 신뢰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 정보보호 도구 등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정리=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주제발표-이상구 서울대 e비즈기술연구센터 소장
고객관계관리(CRM)는 한낱 미사여구에 불과하며 그 약속도 허구에 불과한 것이었는가. 90년대 후반 IT기반의 고급 마케팅 전략으로 등장한 CRM이 요즘에 와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CRM은 그동안 ‘도입은 곧 수익’이라는 증폭된 기대감과 다소 과장된 홍보로 활용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부정적인 평가를 낳고 말았다. 즉 ‘우물에서 숭늉 찾는 식’의 성급한 기대와 평가가 잠재적인 성공 가능성마저 빼앗아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는데 이는 대개 성공적인 투자대비효과(ROI) 창출을 위해 기획단계에서 거쳐야 할 일련의 과정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회사의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의 경직성도 CRM의 중요한 실패요인으로 작용했다. 가트너그룹은 각국의 전자정부사업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으로 조직과 프로세스의 경직성을 들고 있다. 공무원들이 아직도 전자정부사업을 변화하는 비즈니스 방식으로 보지 않고 IT 프로젝트로 취급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의 CRM 도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와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도 실패 원인이 된다. CRM은 영업패턴, 고객심리, 관련법규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적극적인 마케팅·영업전략이라는 점에서 기업,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용돼야 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해외 솔루션이 국내 환경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우리 영업환경에 맞는 기술과 방법론을 취사선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토대로 성공적인 차세대 CRM 모델의 정립과 기술개발에 있다. 차세대 CRM의 모습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크게 비즈니스적 동인과 기술적 동인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비즈니스적 동인으로 가장 먼저 이동통신서비스를 살펴보자. 현재 이동통신사를 통해 한달에도 수천가지의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이는 곧 수많은 서비스의 효과적인 분석을 위한 새로운 평가모델과 분석기술에 대한 요구로 이어져 CRM 기술의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전자정부 역시 CRM이라는 현안을 안고 있다. 단위 서비스와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 입장에서 재구성하고 고객의 방문이 필요한 수동형 서비스를 고객의 요구를 예측해 찾아가는 능동형 서비스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전자정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차원의 대규모 서비스라는 점에서 CRM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CRM의 주요 고객인 금융권은 ‘다양화’와 ‘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와 서비스는 CRM에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2006년 바젤 Ⅱ 제도의 전면시행에 대비한 리스크관리(RM) 체제 구축을 위한 예측모델링, 고객평가시스템 등의 도입과 발전이 예상된다.
차세대 CRM의 기술적 동인으로는 우선 통합 및 연계기술을 들 수 있다. 차세대 CRM은 기술, 프로세스, 조직변화 등 복합적인 요소의 반영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IT아키텍처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차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J2EE나 닷넷과 같은 웹서비스 기술의 발전과 보편화가 CRM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 진화된 무선단말기를 통해 주고 받는 정보의 종류도 다양해져 서비스 종류와 형태의 발전을 예고하고 있고 이는 CRM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CRM의 근간을 이루는 데이터마이닝 기술과 룰 처리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이 CRM 기능의 다양화와 효율화를 낳고 최근 여러 분야에서 언급되고 있는 온톨로지(ontology)의 발전과 표준화도 데이터웨어하우스(DW) 수준에서의 데이터 연계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올 차세대 CRM은 초기의 성공과 실패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의 전략적 IT기반으로 발전하면서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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