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20대들의 카드빚 자살사건은 젊은이들의 무절제가 빚은 비극임에 틀림없지만 신용불량자에 대한 현실적 대책의 절실함을 알린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이 유서에서 밝힌 신용카드의 실체는 우리가 당면한 신용불량사회의 수렁이 얼마나 깊고 심각한지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신용카드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잘못 사용할 경우 자신의 목을 죄는 올가미와도 같다. 카드가 꼭 있어야 되는 것인지, 또한 카드 사용의 심각성에 대해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지난 4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이미 300만명을 넘어섰다. 신용불량은 물론 개인의 잘못이 가장 크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은 개인의 잘못이니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대처법으로는 이미 때가 늦었고 해결불능의 사태로까지 와버렸다. 신용불량자의 급증 추세는 개인피해와 가정붕괴는 물론이고 종국에는 사회불안과 국가경제의 위기로까지 치닫게 된다.
신용불량자의 상당수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징후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전국 곳곳에서 드러났었다. 카드빚에 시달리던 20대는 아버지를 살해했는가 하면 지난해 경기도 영북농협 총기강도사건의 범인인 현역 상사 역시 카드빚이 범행동기가 아니었는가. 심지어 일부 성인 인터넷 사이트에는 ‘카드빚 갚아주실 분’이라는 식의 원조교제를 유혹하는 광고문구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변제능력에 대해 스스로의 검증도 없이 일단 쓰고 보자는 무책임한 의식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범죄는 물론 자신의 인격까지도 돈에 팔아넘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정부는 이같은 신용불량사회에 대해 현실성있는 대책마련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 신용불량자의 유일한 탈출 통로인 개인 워크아웃 제도는 자격요건과 심사과정이 까다로운데다 채권금융기관의 비협조로 실효성이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각급 금융기관들이 시행하고 있지만 경제활동을 못하도록 완전히 묶어놓을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 빚을 갚을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전향적 제도와 같은 대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전쟁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라는 신용불량자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단 쓰고 나중 일은 될대로 되라 식으로 처신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행위가 자신은 물론 선량한 카드 사용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카드빚으로 인해 신세를 망치거나 피해와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정렬 부산 중구 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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