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시스템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화물연대의 파업이 일단락됐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쟁점사항에 대해 잠정합의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됐던 사안 중에 하나가 바로 ‘지입제’와 ‘다단계 운송 알선 구조’였다.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두가지 문제는 공교롭게도 물류업계의 아주 오래된 관행이다. 그만큼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먼저 지입제 폐단을 없애기 위해 1인 사업자를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를 완화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다단계 운송 알선 구조와 관련해서는 ‘이미 법으로 금지돼 있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류 전문가는 다단계 알선 구조의 근본해결 방안으로 IT활용을 꼽고 있다.
사실 알선업자는 물류업계에서 ‘필요악’이다. 지입제와 달리 알선업자는 차주가 못하는 기능, 즉 물량확보와 중개기능을 제공한다. 일종의 ‘메신저’인 셈이다. 화물 운송 중개를 맡는 알선업자가 없다면 화주와 차주가 직접 만나야 한다. 물류 물량이 적을 때에는 가능하나 물량이 증가하면 그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런 비용을 줄여 주는 것이 바로 알선업자의 역할이다. 그렇지 않다면 화주와 차주는 자신의 비용으로 알선업자가 하는 기능을 부담해야 한다. 화물연대측은 이를 비난하고 있지만 다단계 운송 알선은 생산적인 행위로 문제될 게 없다. 물류의 비중이 높아지고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알선과 중개 서비스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미 이 과정에서 이들 업체 역시 나름의 전문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알선업을 아예 없앨 수 없다면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화주가 차주가 공감하는 서비스 가격을 형성해 주고 알선 단계를 줄여줘야 한다. IT를 대안으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주와 차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서로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거래한다면 한층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만난다면 알선업자에 대한 화주와 차주의 뿌리깊은 의혹의 눈길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세원 노출에서 일종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인 거래선과 경영정보 공개까지 여러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물류업계 종사자의 일천한 정보화 마인드도 고취시켜야 한다. 사실 모든 현안의 해결책을 정보화와 디지털화로 몰아 갈 수는 없다. 하지만 물류와 IT의 만남이 분명한 시너지가 난다면 기득권을 양보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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