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브랜드 대전]기술보다 기업 이미지를 띄워라

 통신사업자의 식별번호 그 자체가 브랜드 파워였던 시대는 조만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번호이동성 제도가 올 하반기 시내전화, 착신과금서비스에 이어 내년 초부터 이동전화에도 본격 도입되기 때문이다. 대신 통신사업자들이 차세대 브랜드 전략의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은 기업이미지(CI) 브랜드와 상품·서비스. 이 가운데 CI는 기업이 존속하는 한 영원무구한 브랜드 전략이라는 점에서 최근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통신사업자들의 고민이 서비스 브랜드에 쏠려 있는 것이다.

 “서비스 브랜드는 기업브랜드의 자산가치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서비스 브랜드가 기업이미지는 물론이고 새롭게 선보이는 유사 신규서비스를 계속 수용하면서 진화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유선사업자)

 “타깃 고객층을 세분화한 마케팅 전략이었던 세그먼트 브랜드의 역할은 차츰 축소될 수밖에 없다. 대신 동영상 멀티미디어서비스 등 차세대 전략상품을 중심으로 서비스 브랜드를 발굴, 프리미엄급 고객층을 파고들어야 한다.”(이동전화사업자)

 이처럼 서비스 브랜드 전략에 대한 유선사업자와 이동전화사업자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단순히 보면 유선사업자들에게 서비스 브랜드는 앞으로도 사운을 좌우할 만큼 폭넓은 비중이 실려 있다면 이동통신업계에는 미래 잠재 고객층을 겨냥한 마케팅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유선사업자들의 서비스 브랜드 비중은 최근 수년간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KT는 지난 2000년 ‘메가패스’라는 비대칭형가입자망(ADSL) 기반의 초고속인터넷 브랜드를 선보인 뒤 불과 1년여만에 시장을 제압했다. 당초 ISDN 기술로 패착을 두면서 경쟁사인 하나로통신에 비해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지만 KT는 후발사업자들이 흔히 노렸던 품질논쟁 대신 기업이미지를 결합한 브랜드파워 전략에 집중했던 덕분이다. 이후 메가패스는 디지털가입자망(xDSL), 위성인터넷 등 다종 다양의 기술을 묶는 KT의 초고속인터넷 브랜드로 성장, 발전하고 있다.

 KT가 차세대 주력 상품으로 육성 중인 무선랜 ‘네스팟’ 또한 미래 유무선통합 통신시장 주도권을 노린 서비스 브랜드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기업 이름보다 초기에는 ‘나는 ADSL’, 최근에는 ‘하나포스’라는 서비스 브랜드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나포스는 초고속인터넷 전문기업의 이미지로 기존 서비스와 앞으로 출시될 신규 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는 전사적 브랜드나 마찬가지다. 무선인터넷 브랜드로는 ‘애니웨이’로 수렴시켜 나갈 계획이다. 데이콤은 전용회선 시장에서 ‘보라넷’이라는 서비스 브랜드로 오래전부터 기업 위상을 대신해 왔다. 기업과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보라넷’ ‘보라홈넷’ ‘보라파워넷’ ‘보라시큐어넷’ 등 모두 ‘안정적이고 빠른’ 데이콤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 별정통신 시장에서는 SK텔링크의 ‘00700’ 브랜드가 휴대폰 국제전화시장을 태동시켰을 정도의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통업계에서는 연령대와 고객특성별로 차별화된 고객접근 전략이었던 세그먼트 브랜드의 비중이 차츰 축소될 전망이다. ‘TTL’ ‘드라마’ ‘카이홀맨’ 등 회사별로 큰 성공을 거뒀던 일부를 제외하면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연간 멤버십 상한제와 정체된 시장구조 탓에 더이상 약발이 먹히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 ‘핌’ 등 이른바 프리미엄급 서비스 브랜드는 그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이동전화 서비스로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생활속의 친밀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SK텔레콤이나 KTF의 광고 전략이 세그먼트 브랜드 대신 데이터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에 집중되고 있는 배경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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