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브랜드 대전]`브랜드 파워`가 흥망성회 가른다

 통신업계가 브랜드 전략화에 나섰다.

 최근 들어 통신장비나 단말기·솔루션·서비스의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고 상호 통폐합돼 가면서 브랜드를 앞세운 비즈니스마케팅이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미 제품이나 기술·서비스·스포츠·기업·문화·국가는 물론 사람까지 브랜드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경우는 특히 기업의 경영자(CEO)에서부터 재무담당중역(CFO)·기술담당중역(CTO), 심지어 개발자를 브랜드화의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다.

 바야흐로 통신업계도 브랜드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앞선 기술력이나 제품화 능력만큼이나 유·무형의 수직·수평적 개념의 모든 것들이 브랜드 대상으로 떠올랐다. 브랜드의 성패 여부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기존의 기술이나 디자인·기업 등에 국한된 의미의 브랜드마케팅 개념이 기저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브랜드는 대표적이다. 반도체로 대변되는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휴대폰 브랜드인 ‘애니콜’ 단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정보통신 대표기업으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나아가 애니콜은 싸구려 제품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산 상표 이미지를 고가품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결정타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 김운섭 전무는 “삼성은 노키아에 맞서 초기부터 하이엔드 휴대폰 전략을 앞세워 고가품 위주의 시장을 공략, ‘애니콜’을 고품질·고가 휴대폰의 대표 브랜드 반열에 올려놨다”며 “노키아가 핀란드 국가 브랜드를 견인했던 것처럼 삼성 역시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아예 기존의 컬처마케팅·스포츠마케팅·광고마케팅 개념을 넘어 CEO의 브랜드화에 나서는 좋은 사례다.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인들이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개성을 살려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면 스타급 CEO도 육성할 수 있음은 물론 자사의 브랜드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김쌍수 LG전자 부회장과 김종은 정보통신사업총괄 사장의 사이트 개설을 통해 CEO의 브랜드화에 앞장서고 있다.

 LG전자가 내세운 CEO의 브랜드화 선언은 특히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아직은 GE의 잭 웰치 회장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처럼 이름 석자가 갖는 브랜드 위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스타급 CEO의 육성이 성공할 경우 개인은 물론 기업 전체에 파급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LG전자 이인석 상무가 “이제는 우리나라도 CEO나 이에 준하는 스타급 인물의 브랜드화에도 나설 시점”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점을 의식한 것이다.

 최근에는 무형의 서비스를 브랜드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KT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인 ‘메가패스’와 하나로통신의 ‘하나포스’ 등이 대표적이다. 신윤신 전 하나로통신 회장이 세계 처음으로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에 성공했으면서도 KT에 브랜드화 전략에서 뒤지는 바람에 업계 1위자리를 내준 후 탄식했다는 일화는 브랜드화 전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이동통신 멀티미디어서비스인 ‘준’이나 KTF의 ‘핌’과 같은 서비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번호를 9자리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이상 번호로 가질 수 없는 프리미엄을 브랜드로 대체해 지속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업자의 경쟁구도가 브랜드의 활성화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브랜드는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브랜드에서 삼성만이 100위권 내에 진입했을 뿐이며, 상표 브랜드 역시 아직까지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물론 국내의 경우 브랜드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한데다 한 업종에 너무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는 탓이다. 새롭게 생기는 브랜드도 많지만 1, 2년 사이 사라지는 브랜드 역시 부지기수다. 코카콜라·GE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100년이 넘도록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과 관련, 삼성의 애니콜을 예로 들며 “이제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비스 역시 수출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제는 국내 영업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의 세계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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