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회 리더]김재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

 요즘 한국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편의 형사 영화 ‘살인의 추억’과 ‘와일드 카드’에는 치밀한 범죄자 앞에서 거친 형사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강력사건도 이럴진대 사이버범죄야 말해 무엇하랴.

 “이제는 범죄의 경향이 온오프라인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버범죄수사에도 오프라인의 수사망이 필요하고 일반 범죄도 온라인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때문에 경찰도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맞춰 온오프라인 양동작전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한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3대 대장으로 부임한 김재규 경정(41)은 지난 2000년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창설을 주도한 인물. 부임한 지 1달도 채 못됐음에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자식 같은’ 수사대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사실 경찰청에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있지만 전국적인 양상으로 번져가는 사이버범죄의 확산 추세를 볼 때 지방경찰청에도 주무부서가 설치돼야 마땅하다는 게 당시 그의 생각이었다. 그가 제출한 수사대 창설 종합계획서를 바탕으로 경찰관 10명, 의경 4명으로 출발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4년이 흐른 현재 경찰관 30명에 의경 7명의 조직으로 커졌다.

 “사이버수사대 조직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이버범죄의 발생건수와 사회적 영향이 증대됐다는 방증인 셈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치밀해지는 사이버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단순히 사이버 지식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오프라인 수사 노하우가 필요하죠.”

 강절도를 통해 취득한 장물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된다거나 사이버공간에서 범죄를 논의하고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범죄 지시를 내리는 형태 혹은 사이버에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개인신용정보를 폭력조직과 연계된 카드깡업자에게 넘기는 등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화려한 강력사건 수사경력을 갖춘 김 경정이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을 맡은 것은 매우 시기적절해 보인다. 지난 94년 인천 북부청(현 부평구청)의 공무원 취득세 횡령사건, 99년 만민교회 방송국 난입사건, 2000년 속칭 미아리텍사스 윤락업주들의 공무원 상납계 발각사건, 2002년 다단계판매회사 암웨이의 불법영업 적발사건 등 온국민의 뇌리에 박힌 희대의 사건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다. 실력을 입증이라고 하듯 부임하자마자 L카드사 고객신용정보 유출사건과 15일 공개된 결혼정보회사 고객정보 해킹사건을 단숨에 해결,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위상을 어느 때보다 높이 끌어올렸다.

 “정보화 강국인 우리나라가 사이버범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서야 되겠습니까. 오프라인에서의 강력사건 수사 경험을 살려 사이버범죄 척결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과학수사의 첨병 ‘사이버범죄수사대’의 대들보로서 김 경정의 활약이 기대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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