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게임전시회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열리는 LA 컨벤션센터는 겉으로는 축제의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면에선 최대 강자 소니의 ‘MS·닌텐도 목죄기’가 실체를 들어냈다. 이는 지난해 E3에서 MS와 닌텐도가 ‘X박스’와 ‘게임큐브’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2’에 도전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는 E3 개막 직전에 가진 콘퍼런스에서 “PS2 출하량이 미국 2221만대, 일본 1270만대, 유럽 1629만대 등 5000만대를 훌쩍 넘었고 PS2용 게임소프트웨어(SW)가 미국 1억6200만장, 유럽 1억300만장, 일본 8500만장 팔렸다”고 밝혔다. 아직 게임기 판매량이 400만∼900만대 수준에서 헐떡이는 두 도전자, MS와 닌텐도에 승리를 선언한 셈이다.
다음 수순으로 PS2 가격을 20달러 내렸다. 다음날 MS가 울며 20달러 인하를 따라왔다.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소니로선 아직 가격인하에 견딜 여유가 있지만 두 도전자에게는 현재 가격도 ‘팔 때마다 손해’인 상황이다.
소니의 경쟁자에 대한 공세는 이같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두 도전자가 자랑하는 핵심 분야에 대한 직접 공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선 MS가 처음 게임기 시장에 진입할 때부터 내세운 ‘온라인(네트워크)게임’ 전략을 타깃으로 삼았다. 소니는 13일(현지시각) 게임개발업체 EA와 온라인게임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EA는 게임SW시장에서 2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가진 세계 최대 업체다. MS는 지난 18개월 동안 EA를 자신의 진영에 두기 위해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로써 소니는 MS의 게임기 전략, 즉 ‘온라인게임 서비스 ‘X박스 라이브’를 발판으로 소니의 지배체제를 뒤엎고 초고속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가정의 응접실을 차지한다’는 야심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MS는 E3에서 온라인 스포츠게임들로 구성된 ‘XSN스포츠 게임즈’라는 게임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빛을 잃었다. 왜냐면 스포츠 게임SW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EA가 이제 소니편이기 때문이다.
소니는 또한 휴대형 게임기 ‘PSP’를 내년에 출시한다고 발표, 닌텐도의 겨냥했다. MS가 소니에 도전하는 배경에 막대한 자금력이 존재한다면 닌텐도에는 막강한 휴대형 게임기가 있어왔다. 닌텐도는 ‘겜보이 어드밴스’ 시리즈로 전세계 휴대형 게임기 시장의 95∼97%를 독점해왔다.
소니가 휴대형 게임기 시장에 진입한다는 소식은 곧바로 도쿄 증시로 이어져 ‘소니 주가 상승, 닌텐도 하락’을 연출해냈다. 소니로선 ‘닌텐도의 텃밭을 뒤흔들어 감히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도전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셈이다. 닌텐도측은 “소니의 진출에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했다.
세계 1위 업체인 소니는 이번 E3에서 그동안 가진 숱한 ‘방어전’에서 승리했음을 선언하고 이제 도전자들을 아예 링밖으로 내려보내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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