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창조 SK텔레콤 June 사업기획팀 최진 차장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준’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정체불명의 CF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사람들은 의류나 커피광고, 아니면 명품 브랜드 광고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추측했다. 한달쯤 지났을 때 준(June)의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SK텔레콤의 최첨단 멀티미디어 이동통신 서비스인 IMT2000. 소비자들은 보기좋게 ‘한방’ 먹었다.

 최첨단 서비스 같지 않은 부르기 쉽고 친근한 브랜드를 만들어 반전을 통한 충격요법을 구사하자는 SK텔레콤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준, 영화를 보여줘” “준, 이런 동영상 메일은 보내지마”처럼 의인화해 시선을 끌었다.

 2002년초 SK텔레콤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부르기 쉽고 친근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브랜드가 필요했다. ‘준’이라는 지금의 서비스명은 브랜드네이밍에는 전혀 문외한인 사람들이 만들었다. SK텔레콤 June사업본부 최진 차장(35)을 비롯한 직원들이다. 지금은 사업본부로 격상됐지만 당시만 해도 10여명의 TFT팀원들이 서비스기획·브랜드네이밍·서비스론칭을 다 해냈다.

 “머리를 맞댄 끝에 친구 같은 ‘사람이름’으로 가닥을 잡았죠.” 최 차장의 말이다. 케빈·밥 등 영어나 일본어를 비롯해 아랍어·몽골어까지 100여개의 사람이름을 늘어놓고 하나씩 지워나갔다. 마지막에 최 차장의 이름을 딴 ‘진’이 낙점됐지만 이미 상표등록이 돼 있었다. 결국 ‘준(June)’이라는 브랜드로 최종 결정했다.

 브랜드명부터 독특한 ‘준’은 이후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관심을 모았다. 엔터테인먼트와의 접목이 대표적이다. 음악인 박진영씨와 협력, 국내 최초로 모바일 가수 ‘노을’을 배출해내기도 했다. 올 상반기중에는 ‘준’을 통해 데뷔하는 ‘제2의 노을’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 차장은 절대 비밀이라며 솔로의 엔터테이너라는 것 외에는 밝힐 수 없다며 엄살이다.

 최근에는 전 ‘룰라’의 멤버였던 김지현씨의 세미누드 뮤직비디오 ‘더 블루’도 준을 통해 론칭했다. ‘더 블루’는 일본인 여성과의 동성애를 표현한 충격적인 내용에 김지현의 과감한 노출로 화제가 됐다.

 엔터테인먼트와의 접목이 강조되면서 사무실 분위기도 바뀌었다. “상무님께 보고할 때 ‘상무님, 이 콘텐츠는 필(feel)이 오는데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는 없지만 왠지 될 것 같습니다. 한번 해보죠’라고 한답니다. 세계에서 누구도 이 서비스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참조사례가 없고, 그저 감으로 할 수밖에 없거든요. 일반 부서에서 감히 상무님께 이런 보고가 말이나 됩니까”며 최 차장은 웃는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다. 서비스를 론칭하자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실제 수백만원의 요금을 내야 하는 사용자도 나왔다. 물론 초기 가입자에게 대부분의 금액을 감면해 줬지만 ‘준’ 전용 요금제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현재 ‘준’ 단말기 보유자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가장 인기있는 서비스는 MBC·KBS·SBS 등 지상파 방송과 엠넷 등 일부 케이블의 실시간 방송 및 VOD·MOD 서비스. 전용 요금제와 콘텐츠 개발을 통해 소비자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최 차장은 “준은 브랜드 알리기에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생활속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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