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거주하는 노승준씨(31)는 지난 2월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통신사업자에서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자체 서비스하는 송파케이블TV초고속인터넷으로 전환가입했다. 노씨는 “평소 수신료 부담과 느린 속도에 불만을 느껴왔으나 송파케이블TV인터넷으로 바꾼 뒤 두가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됐다”며 “속도는 1.5배 가까이 향상됐고 3만원 중·후반대의 사용료가 2만원으로 줄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올들어 노씨와 같이 KT, 하나로통신 등 대형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가입자들이 SO의 자체망을 통한 서비스로 전환가입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성급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SO의 약진은 이 시장의 장기적인 구도재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현황=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실시하는 SO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활발하다. 수요가 많아 시장공략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대가입자를 보유한 복수SO(MSO)들이 가세하면서 인터넷서비스는 SO들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떠올랐다.
광명, 안산지역 SO인 한빛아이앤비(대표 이필상)는 지난해 6월부터 자체망을 통한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실시, 현재 가입자가 6만명에 이른다. 가입자수의 규모도 만만치 않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올들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순증 가입자가 지난 1월 4000명이었으나 지난달엔 6500명까지 늘어났고 이달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존 통신사업자로부터 이전된 가입자 비율이 70%에 달한다는 회사측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내년에는 초고속인터넷 사업만으로 350억원의 매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지역 최대 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대표 오광성)은 올들어 서비스를 시작해 순항하고 있다. 12개 계열 SO 중 9개 SO에서 총 3만4000가입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올초 3개 SO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가입자가 늘어나자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으며 한달새 신규 가입자수가 1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부평지역 SO인 북인천케이블(대표 최후림)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실시, 2만명 가량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가입자 순증률이 지난 3월까지 2000명에서 지난달 2500명으로 증가하는 등 이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이달초부터 VDSL과 유사한 속도를 제공하는 차세대 케이블모뎀 기술표준인 DOCSIS2.0기반의 서비스를 개시해 아름방송, 강남케이블 등에 이어 SO의 고품질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시대를 열고 있다.
◇약진 배경과 전망=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역밀착형 마케팅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확보에 나선 결과로 풀이됐다. 우선 가격적인 측면에서 자가망 서비스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SO는 보급형 케이블 채널 30여개에 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2년 약정으로 평균 2만원대에 판매중이다.
KT,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기존 대형 사업자들은 최근 수익성 제고를 위해 마케팅을 자제한 것도 또다른 이유다. 통신사업자에 비해 전반적으로 저렴한 요금으로 SO들이 통신사업자에 갈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장기범 북인천케이블 IT사업본부장은 “기존 통신사업자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일단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며 “지역 채널 등을 통해 공격적인 가입자 모집에 나선데다 품질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것이 주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O의 시장잠식이 가시화되면서 통신사업자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거대 사업자들은 현재로서는 SO의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향후 광동축혼합망(HFC)을 기반으로 디지털미디어센터(DMC)를 구축, 각종 부가서비스와 연계해 인터넷 가입자를 확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무시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이미 SO들의 초고속인터넷 시장잠식이 시작됐다”며 “현재로서는 SO의 가입자수가 미미하지만 시장확보를 둘러싼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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