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터넷영화관 변명

◆김정문 씨네웰컴 사장 jmkim@cinewel.com

 

 휴대폰을 들고 동영상을 감상하는 시대에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작년부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인터넷 영화관 시장은 벌써 연간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했고, 전문 사이트뿐 아니라 최근에는 포털을 비롯한 많은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에서 인터넷 영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7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필자의 회사도 이런 흐름에 힘입어 매출과 수익에서 외형적인 커다란 성장을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회원들의 의견이 담긴 게시판을 읽는 일이 아주 피곤한 일이 되어 버렸다. 고객의 의견에 대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로 반복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회원들이 적어놓는 의견들은 지극히 정당한 요구들이 대부분이다. “최신영화 좀 많이 올려주세요” “업데이트를 빨리 해주세요” “좀 더 고화질로 영화를 상영할 순 없나요” 등등. 인터넷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네티즌의 눈높이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된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인터넷 영화관의 현실을 절감하며 이용자들에게 인터넷 영화관 운영에 관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고자 한다.

 인터넷 영화관 운영에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부족이다.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의 작품은 국내에 인터넷 상영판권 자체가 판매되고 있지 않다. 한국영화도 대부분 DVD나 비디오 출시 이후에나 인터넷 상영이 가능하다. 또한 초창기 인터넷 영화관들이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인터랙티브 영화나 인터넷 전용 영화 등도 수익성의 문제로 최근에는 거의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인터넷 영화관의 수익성이 거대한 영화산업에 비해 미미한 데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해적판 영화들은 인터넷 저작권에 대한 제작사들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네티즌의 가장 큰 불만은 PC로 보는 영화에 대한 화질과 음질에 대한 불만이다. 최근에는 Divx 코덱을 이용하여 고화질로 인코딩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긴 하지만 고화질 영화를 무리없이 수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용선 속도와 하드웨어 장비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화질이나 음질의 개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물론 업체들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대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우선 판권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최근들어 온오프라인 동시개봉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으며, 비디오나 DVD의 출시 시기와도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게 됐다. 상업영화에서 벗어나 독립영화나 디지털 전용영화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화질과 음질 문제 개선은 올해부터 획기적인 개선이 기대된다. 올 초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출시된 미디어플레이어 9.0 버전은 DVD 수준의 고화질과 5.1채널까지 지원하는 고음질 서비스, 또 잦은 버퍼링 문제 등을 해결함으로써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CDN 기술을 채택하는 사이트가 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안정성에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올해는 인터넷 미디어가 본격적인 홈미디어로 성장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노력의 결과가 아직도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업체들의 노력과 함께 인터넷 영화라는 디지털 콘텐츠의 양성과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과 네티즌들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대용량의 웹하드 서비스나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영화 콘텐츠를 돈을 내고 이용한다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결국은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다수의 네티즌에게 돌아갈 수 있음을 인식하였으면 한다.

 또한 인터넷 영화에 있어서 심의에 관한 문제, 국내시장에 머물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대한 전문 마켓의 부재,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 등 현안에 대한 제도적 해결도 과제다.

 인터넷 영화관의 성장에는 늘 관심과 질책을 해주는 네티즌들이 함께 할 것이다. 이용자들의 불만과 건의에 대해 변명이 아닌 서비스로 응답하는 것이 올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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