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과학논문 양보다 질을 추구해야

 얼마 전 신문 보도에 따르면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에 의뢰해 미국 과학정보연구소(ISI)의 ‘SCI 2002’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과학논문 발표실적이 세계 13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2002년에는 2001년의 1만4162편보다 무려 5.3%가 증가한 1만4916편을 발표했다. 우리는 과학논문인용색인(SCI) 지상주의로 지난 10년 동안 대학사회의 화두가 SCI였다. 대학마다 교수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과학논문의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논문의 질은 세계 중하위권 수준이다. 서울대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도 논문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피인용률이 세계 평균치에도 못미치고 있다.

 대학에서 교수를 채용하거나 승진시킬 때 항상 등장하는 중요한 평가기준의 하나가 SCI 학술지에 논문이 몇편 게재됐는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SCI 논문 게재 편수보다 중요한 것은 논문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척도인 피인용률이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논문수에만 연연해 매년 커다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논문의 질을 나타내는 피인용률은 눈문수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세계 50위권 수준인 것이다.

 논문은 획기적인 내용을 담을수록 다른 학자들에 의해 자주 인용되므로 피인용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논문의 파급효과가 크고 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학기술원은 전기전자공학 분야의 SCI 논문수가 MIT·칼텍·스탠퍼드·미시간 등을 능가하는 등 대부분의 학과가 오래 전에 세계 톱10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 대학보다 수준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 학교는 더 이상 논문의 양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논문의 질로 교수를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교수를 채용하거나 승진시킬 때 논문의 피인용률과 인지도 등을 우선적으로 평가대상으로 꼽는 것이다.

 과학논문의 질이 국가나 대학 또는 연구소 그리고 학자의 수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대학 그리고 연구소는 SCI 게재논문의 편수보다 질을 평가하도록 하고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조속히 개발했으면 한다. 또 이같은 관행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논문의 질이 우수해질 때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수 있고 과학입국도 이뤄질 수 있다. 

 김병연 충북 청주시 흥덕구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