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시장이 달아오른다

 슈퍼컴퓨터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000년말, 국내 슈퍼컴퓨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도입 프로젝트 이후 3년 만에 슈퍼컴퓨터 수주전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을 확인시켜주듯 슈퍼컴의 기술 발전은 3년 전에 비해 몇 배 향상됐고 가격은 크게 인하돼 수주전 양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올해 슈퍼컴퓨터 시장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 전통적인 벡터 진영 △유닉스 계열의 대칭형멀티프로세싱(SMP:Symmetric Muli-Processing) 진영 △다크호스로 부각하고 있는 클러스터 진영 등 3개 세력의 도전과 응전이 만만치 않게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비롯해 국방과학연구소(ADD), 내년초 기상청까지 이어지는 3대 프로젝트만 600억원 규모를 넘어서고 이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위축된 경기를 감안하면 중대형 컴퓨터 업체 입장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사활을 건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 클러스터 프로젝트를 잡아라=올해 국내 슈퍼컴퓨터 시장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대형 프로젝트에 앞서 소소하게 클러스터 슈퍼컴퓨터가 도입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의 과단위나 연구소에서 소규모로 도입하고 있는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올해 들어 그 규모가 커졌다. 이에 따라 인텔아키텍처(IA) 서버를 취급하는 소형 전문 업체들 위주로 형성됐던 이 시장에 한국IBM이나 한국HP, 크레이코리아와 같은 대형 업체들이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 위축으로 소형 프로젝트조차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 결과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중대형컴퓨팅 업체들의 전략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단순한 수치계산이나 연구목적에 주로 쓰인 PC클러스터의 용도가 상용 비즈니스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우선 512 CPU 규모의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KISTI의 프로젝트는 책정된 예산이 27억원 규모로 올해 최대 규모의 클러스터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지난달말 제안요청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KISTI 내부 사정으로 인해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IBM·한국HP 외에도 크레이와 손을 잡은 델컴퓨터, 삼성전자 그리고 인텔 및 ADM측까지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유도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체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 자체에도 의미는 의미지만 KISTI가 내년 이후 도입할 슈퍼컴퓨터 4호기에서 클러스터의 비중을 더욱 높일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밖에 ‘화학물질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추진중인 국립환경연구원 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나 ‘랜더팜’ 구축 프로젝트 발주를 낸 중앙대학교, 이미 구축한 클러스터 인프라를 추가·확대하는 KISTI ‘바이오인포매틱스센터’의 프로젝트, 삼성종합기술원의 알파 클러스터 대체 프로젝트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미를 장식할 기상청 프로젝트=기상청은 현재 224기가플롭스 수준의 슈퍼컴퓨터 성능을 오는 2006년 10테라플롭스 규모로 확대하는 2호기 도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도입 금액이 3000만∼4000만달러 규모로 여느 프로젝트보다 주목받고 있다. 2001년 KISTI 프로젝트의 예산이 3300만달러로 비슷한 규모였지만 가격인하와 기술진보는 기상청이 도입할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과거 KISTI의 시스템보다는 앞설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의 뜨거운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기상청 프로젝트는 예산처로부터 예산을 배정받게 되는 7월 이후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견되지만 이미 중대형컴퓨팅 진영에서는 사전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10월 이후 치러질 벤치마킹테스트(BMT)와 시스템의 분할도입 시기 등에 맞춰 자사의 슈퍼컴 로드맵에 기반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가동하고 있는 벡터형 방식의 애플리케이션을 SMP나 클러스터 형태로 이전(마이그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에 여념이 없다.

 기상청은 1호기 도입 때처럼 한꺼번에 시스템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기상모델 개발 등 관련 애플리케이션 준비속도에 맞춰 시스템을 3단계로 나눠 확장할 계획이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NEC SX-5/28M2’ 기종은 일부 업무에 대해 1년 정도 사용한 후 시스템 가동 중단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오는 9월까지 현재 가동하고 있는 크레이시스템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져 있던 ADD의 프로젝트도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특히 ADD는 지난해 크레이 장비 임대 기간이 마무리됨에 따라 남은 금액을 지불하는 ‘바이아웃(구매)’을 끝낸 상황인 만큼 성능에 문제가 없다면 추가 시스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ADD가 크레이 장비 외에도 2001년 도입한 rp7000 기반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만일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3가지 장비를 가동해야 하는 부담도 프로젝트 지연의 한 이유로 보고 있다. 이밖에 SMP 방식으로 마이그레이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소스코드 소유 여부로 인해 SMP 방식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ADD는 주 시스템 외에도 보조시스템에 대해서는 클러스터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을 세우고 있어 국내 클러스터 전문기업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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