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살인, 그리고 추억. 도대체 어떻게 ‘살인’이라는 소재를 추억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개봉 전 영화 포스터를 뚫어지게 보던 기억이 난다.
95년 여름, 절친한 후배의 집은 영화 촬영장이었다. 옥상에서는 봉 감독의 단편이 촬영중이었고, 지하에서는 달동네 세트장을 배경으로 한 단편 클레이메이션 ‘공사중(정원구 감독)’이 촬영중이었다.
한 밤에 조명기로 환하게 밝힌 봉 감독의 촬영장과 하루 밤에 몇 컷을 완성하고 마무리짓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넓은 지하공간에서 사흘 밤새 꼬박 3분 분량을 촬영했던 클레이메이션 작품 제작에 잠시 지쳐하던 나의 모습.
현재 나는 지난해 1월 개봉돼 전국 10만명이라는 흥행 성적을 갖고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의 이성강 감독과 이 감독의 두번째 장편 프로젝트를 기획중에 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은 2002년 8월에 ‘마리이야기’가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한국 애니메이션이 이룬 쾌거를 자축하고 있을 즈음에 이루어졌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준 이성강 감독과 할 수 있는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이 감독이 하고 싶은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일까.
성인이 된 ‘남우(마리이야기 주인공)’에게서 그가 지나온 특별한 어느 한때의 러브 팬터지를 ‘마리’라는 상상속의 인물을 통해 아름답게 그려 보여준 작품인 ‘마리이야기’. 하지만 한국 영화 관객들과 크게 공감대를 나누지 못하고 막을 내린 작품.
감독·프로듀서·작가·디자이너·애니메이터 등 한 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작품을 만드는 이유. 나는 이 감독이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다음 작품을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대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은 추억의 한 조각을 향한 열정.
이번 작품은 이불 뒤집어 쓰고 공상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처럼 언젠가 내가 어렸을 적, 처음으로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된 그 때. 어쩌면 첫사랑이었다라고 말해도 좋을 지도 모르는 그 때의 여자아이의 모험담과 정서를 다룬 꼬마 구미호 ‘여우비’의 팬터지 애니메이션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10세 소녀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과정을 ‘꼬리가 다섯달린 구미호 소녀, 여우비’를 통해 보여주는 팬태스틱한 이야기는 10세 소녀들과 더불어 성인기에 들어 또 한 번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과정을 겪고 있는 20세 전후의 여성, 그리고 그들의 엄마가 돼 버린 여성들을 위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모두와 즐겁게 나누는 첫 사랑의 추억을 위한 작품, 내 현실 속에 숨쉬고 있는 꿈을 보고 싶다. (선우엔터테인먼트 이혜원 PD maaroo@sunw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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