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디카족이 될 수 있다
현대인들은 공식 행사는 물론 반가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표정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기분좋은 소주 한잔에 얼굴이 발그레져 있을 때 장난기 발동한 누군가가 주머니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 댄다. 다음날, 동참한 친구들에게 e메일로 그날의 ‘증거’가 전송된다. 현대인의 신종 파파라치, 일명 ‘디카족’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손쉬운 사용법, 간편한 저장 및 전송 등의 장점을 무기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한 대표상품 디지털카메라는 이렇게 현대인의 생활 자체를 변모시켰다. 누구나 디카족이 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극심한 경기불황에 전 산업계가 타격을 입어 역신장을 하고 있지만 디지털카메라만이 소폭의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디카 열풍은 거세다. 지난해 45만대 규모를 형성했던 디카 시장은 올해 70만대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200만화소급이 주류를 이뤘지만 지금은 300만화소급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가격도 40∼50만원 정도로 많이 내렸다. 연말이면 400만화소급으로 주력 제품이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 공급중인 디지털카메라 브랜드는 대만업체를 포함해 20개가량 된다. 이 가운데 소니·올림푸스·삼성·코닥·니콘·캐논 등이 메이저급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확실한 우위를 점했던 올림푸스나 소니에 대응해 캐논·삼성테크윈·코닥 등이 올들어 신제품을 대거 쏟아내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삼성은 가수 ‘비’를 내세우며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 2월 400만화소급 삼성케녹스 ‘V4’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300만화소급 ‘V3’ 신제품을 선보였다. 62만원선인 V4에 비해 보급형으로 화소수를 낮추고 가격도 40만원대로 내놨다.
올림푸스한국의 300만화소 디지털카메라 ‘μ(뮤)-300디지털’은 메탈바디에 생활방수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다. 스키장이나 물가에서는 물론 비오는 날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하고 있다. 20대 젊은 여성들의 패션 액세서리 디자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필름식 콤팩트 카메라 뮤 시리즈의 세련된 디자인을 디지털카메라에 접목했다. 소비자가격은 51만원.
소니는 레드·화이트·블루·실버 등 4가지 색상을 지원하는 320만화소급 ‘DSC-P8’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DSC-P8은 기존 인기모델이었던 P7의 후속 제품으로 광학 3배 줌과 화질의 손상없이 화면을 재생시켜주는 소니의 신개념 기술인 스마트 줌을 장착, 최대 9.6배 줌까지 가능하다. 동영상 촬영시에는 기존의 MPEG 방식에서 발전된 MPEG VX(VGA, 640×480) 리코딩 방식을 통해 메모리 용량만큼 끊김없는 동영상과 음성을 지원한다. 가격은 59만9000원.
LG상사를 통해 수입되는 전통적인 카메라 브랜드 캐논의 ‘익서스(IXUS)400’을 비롯해 ‘A60’ ‘A70’ ‘G3’ 등은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한국후지필름의 신제품 ‘파인픽스 F410’도 주목할 만하다. 필름 제조업체인 후지필름이 개발한 CCD를 탑재, 유효화소수 314만, 기록화소수 600만을 실현해 고감도 촬영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무게 165g으로 같은 화소대 제품 중 가볍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가격은 53만원.
한국코닥은 330만화소급 신제품 ‘이지쉐어 DX6340’을 내놓고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온라인쇼핑몰인 LG이숍에서 4월 말부터 예약판매를 실시, 2000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300만화소대로는 획기적으로 4배 광학줌 렌즈를 채용, 14배 줌 기능을 지원하며 국내에 시판중인 4배 광학 줌 장착 디지털카메라 중 가장 작은 사이즈(109×64.5×38㎜)가 강점이다. 가격은 45만원선.
■구매가이드
디지털카메라 구매시 몇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아니므로 사전에 충분한 자료조사를 거친 후 구입하도록 하자.
◇병행수입 제품 여부
병행수입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이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공식 지사나 총판을 통하지 않고 해외 본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들여오는 제품이다. 유통과정을 줄였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 유사한 모델의 경우 보통 3∼4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가격차가 난다. 기능은 별 차이가 없지만 애프터서비스(AS)가 문제다. 공식 수입업체를 통한 제품은 AS를 책임지고 처리해 주지만 병행수입 제품은 소비자가 본사와 직접 AS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병행수입 제품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해당 제품의 국내 총판이나 지사 AS센터에 시리얼넘버 조회를 의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국내 총판이나 지사에 등록되지 않았다면 병행수입 제품으로 봐도 좋다.
◇화소수 선택
화소수가 높을수록 화질이 좋으므로 고화질 제품일수록 자연히 가격이 비싸진다. 그러나 화소수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카메라는 아니다. 주로 사용하는 용도를 파악, 그에 맞춰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엽서 사이즈 정도의 사진 인화를 원한다면 100만화소대 제품도 무난하다. A4 이상의 사진을 원한다면 200∼300만화소대로, 홈페이지 작성 등 전문가용은 400만화소대 이상의 제품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에게는 디카의 디자인과 색상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여성의 경우 들고다니기에 무리가 없을 만한지 무게도 살펴봐야 한다.
◇전송·저장방식 및 배터리
예전에는 디카 내에 저장장치가 있었지만 요즘은 회사별로 착·탈식의 메모리카드를 사용한다. 디카에 사용되는 메모리카드의 종류는 크게 메모리스틱, 스마트미디어, 콤팩드플래시로 나뉜다. 소니는 자체 메모리인 메모리스틱을, 올림푸스·후지·도시바는 스마트미디어를, 코닥·캐논·니콘·산요·카시오는 콤팩드플래시를 사용한다.
전송방식은 USB 지원 제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 일부 제품에서 지원하는 시리얼방식은 1개 파일 전송시 무려 20분이나 걸리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충전용 배터리를 제공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어디서 살까
디지털카메라는 어디서 구입하는 게 가장 좋을까.
전자상가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이나 인터넷쇼핑몰·TV홈쇼핑 등 온라인 상점을 함께 이용하면 좋다. 일단 발품을 많이 팔수록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용산 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등 전통적인 전자상가 외에 최근 들어서는 남대문 수입상가가 새로운 디지털카메라 판매처로 떠올랐다. 남대문시장 근처의 ‘숭례문 수입상가’에는 1∼2평 남짓한 소규모 공간에 디지털카메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점포가 밀집돼 있다. 다양한 제품을 직접 눈으로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마니아들은 숭례문 수입상가를 찾는 이유로 일단 신제품이 보름에서 한달 정도 먼저 들어오고 가격 손해를 보는 일이 적다는 점을 꼽는다. 신제품을 하루라도 먼저 접해보고 싶은 마니아들에게 각광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인기있는 제품은 역시 니콘이나 캐논 등 전통적인 카메라 브랜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GfK코리아가 수도권 및 경남북 지역을 대상으로 1분기 디지털카메라 판매현황을 조사한 결과 니콘과 캐논이 오프라인시장에서 각각 1만4104대(17.7%), 1만1446대(14.3%)를 판매해 소니에 이어 2위와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테크윈과 올림푸스한국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강세다. 신세대 취향에 맞는 디자인과 마케팅을 구사한 이들 기업 제품은 신세대의 구매형태와 부합, 온라인에서 활발히 판매된다.
현재 각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저마다 디카 기획전이 한창이다. H몰(http://www.hmall.com)은 18일까지 코닥·올림푸스·캐논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삼각대나 무료인화권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은품을 제공한다. LG이숍(http://www.lgeshop.com), 삼성몰(http://www.samsungmall.co.kr) 등에서도 다양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디지털카메라 전문쇼핑몰도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제품구입뿐 아니라 디카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디시인사이드는 하루 방문자수 35만명, 페이지뷰 2000만번, 사진파일 200만장을 보유한 국내 최대 디카 전문사이트다.
■이 정도는 알아 둡시다
디지털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고 삭제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촬영한 사진은 이미지 파일로 저장되므로 사진을 PC에서 원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현상을 맡기거나 사진을 찾으러 갈 필요없이 인터넷 사진관을 이용해 인화도 가능하다. 그럼 디카를 구성하는 핵심은 뭘까.
◇CCD(Charged Coupled Device)
디지털카메라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빛을 전기적 신호로 변화하는 센서의 일종이다. 보통 디지털카메라의 사양을 표시할 때 화소수라는 표현을 쓰는데, CCD는 바로 이 미세한 화소가 집적된 반도체다. 따라서 CCD를 구성하고 있는 화소의 숫자는 그 카메라가 얼마나 많은 점(픽셀)으로 사진을 나타낼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같은 크기의 사진이라면 좀 더 많은 점으로 표현된 사진, 즉 화소가 많은 사진이 화질이 좋아보인다. 일반적으로 200만화소 정도면 일반인들은 필름과의 화질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렌즈
빛을 받아들이는 부분으로 CCD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렌즈에 표시되는 조리개 값(f)이 낮을수록 좋은 제품이다. 렌즈 지름이 큰 카메라가 좋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는다. 최근 출시되는 디지털카메라에는 대개 줌렌즈가 장착돼 있는데 광학 3배줌 정도면 사용에 큰 무리가 없다. 광학 줌은 촬영대상을 끌어당겨 키워주는 기능인데 반해 디지털 줌은 촬영된 이미지의 화소 크기를 다시 확대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디지털 줌 기능만 이용해 원거리 촬영을 하면 고화질의 사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메모리
대부분의 디지털카메라는 메모리카드에 촬영한 사진을 저장한다. 메모리카드는 크게 스마트미디어, 콤팩트플래시, 메모리스틱 등으로 구분되며 제조업체마다 각기 다른 제품을 저장매체로 채택하고 있다. 구입 전에 어떤 메모리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제품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8MB에서 128MB까지 다양한 용량의 메모리카드가 나와 있으며, 대개 카메라 구입시 8∼16MB 메모리카드가 제공된다.
◇동영상·음성녹음
디지털카메라의 부가기능 중에서 눈여겨 볼만한 기능이다. 짧게는 20초에서부터 길게는 3∼4분까지 음성을 첨부한 동영상 촬영 기능이 있는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 또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또한 4∼9시간의 음성녹음 기능을 갖춘 제품은 디지털카메라 외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MP3
디지털카메라의 주사용자 층이 신세대라는 점을 감안, 소형 디지털카메라에 MP3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MP3플레이어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음질에 리모컨까지 제공된다. ‘멀티’ 기능을 가진 제품에 관심이 많다면 주목해 볼만하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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