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을 한 기린 태양이/시마다 가즈코 저/이윤정 옮김/반딧불이 펴냄
지난 2001년 여름 일본 열도는 한 동물원에서 태어나 열 달간의 짧은 삶을 살다 간 아기 기린의 이야기로 들썩였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사고로 다리를 다친 아기 기린 이야기였다. 기린은 가늘고 긴 다리로 몇백 ㎏이나 되는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부러지면 죽을 수밖에 없지만 이 기린은 다리를 잘라내고도 4개월을 더 살아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줘 많은 사람에게 아주 특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이런 아기 기린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일본 전역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격려의 메시지가 쇄도할 정도로 사회적인 관심을 모았다. 아기 기린이 죽은 후에도 전국에서 수백명의 어린이들이 모여 추모할 정도였다.
일본 아동문학가인 시마다 가즈코씨(58)가 지은 ‘의족을 한 기린 태양이’는 바로 이 기린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동화다.
이야기는 2001년 8월 19일 일본 오모리야마 동물원에서 그물무늬 기린이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다. 동물원 가족들은 이 아기 기린의 이름을 그 지역 어린이들에게 공모해서 ‘태양’으로 짓는다.
하지만 무럭무럭 잘 자라던 태양이는 첫 겨울을 지내고 동물원이 다시 문을 열 즈음인 3월 24일, 생후 7개월 만에 알 수 없는 사고로 오른쪽 앞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태양이는 이 순간부터 놀라운 생명력과 투혼을 보여준다. 기린은 다리가 부러지면 무거운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데 태양이는 놀랍게도 다리 하나가 부러져 덜렁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세 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운동장을 지나 우리로 돌아온 것이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태양이를 지켜본 동물원 가족들은 그 강인한 생명력에 감동을 받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결심한다. 마취를 하고 다리에 석고붕대를 감기까지의 대수술을 버텨낸 태양이는 한동안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며 주위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주위의 바람과 기원에도 불구하고 태양이의 다친 다리가 썩어들어가 결국은 다리를 자르고 의족을 끼우는 재수술을 해야 했다. 태양이는 아직도 엄마젖을 찾는 응석꾸러기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나 의족이 빠져 대수술을 해야 했고 매번 이겨냈다.
이런 아기 기린의 투혼이 알려지면서 각지에서 격려의 편지를 보내왔다. 실에 꿴 종이학과 여러 사람이 보내온 편지들이 우리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렇지만 태양이는 결국 계속되는 대수술을 이겨내지 못하고 6월 18일 10개월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태양이는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그동안 태양이를 지켜보며 격려하고 기원해 온 어린이들 가슴에는 끝까지 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던 태양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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