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냐 일본이냐.
지난해만 해도 해외진출의 중심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이었다. 한류(韓流)란 말 하나가 증명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대중음악의 바깥 행(行)의 방향이 일본으로 바뀌는 듯한 느낌이다.
소녀가수 보아의 일본정복 영향일까? 근래 제작자들은 부쩍 ‘일본으로 가자!’를 외치는 형국이다. 조성모·빅마마·세븐 등 인기가수들이 저마다 일본정복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음악계도 보아를 계기로 전에 비해 한국 가요스타에 호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더 일본으로 나가려고 한다. 온통 난리법석을 피우며 스타라면 모조리 중국으로 발길을 옮기더니 왜 갑작스런 변덕인가. 여러 사정이 겹쳤지만 한마디로 ‘실익’ 때문이다. 4년 전, 중국은 적어도 우리 음악계의 입장에선 21세기 엘도라도로 비쳐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거의 빛 좋은 개살구였다. 음반이 조금만 팔려나가도 해적판으로 유통되고 그나마 인세체제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는 것이다. 중국진출에 박차를 가해 한류라는 열풍을 창출했건만 4년 동안 벌어들인 인세는 중국인민폐로 909만원, 우리 돈으로 겨우 14억원이다.
중국 전체 음악시장에서 한류의 지분은 겨우 5% 정도. 이 정도라면 하나도 실속이 없는 셈이다.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한류의 실체에 대해 한국 음악 관계자들이 비로소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진출에 나선 우리측 관계자들은 한류가 중국이 자국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한 흐름이었음을 알아챘다.
중국을 다녀온 한 제작자는 말한다. “중국은 처음에는 한국가수라고 호들갑이지만 속내는 값싸게 한국스타들을 끌어들인 뒤 실속을 차리는 방식을 활용한다. 한국이 중국진출에 워낙 적극적이다보니 처음에는 그것을 모르지만 중국에만 좋은 일을 시켜준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는다.”
중국진출의 상징적 존재인 우리 그룹 NRG도 중국을 휘몰아쳤지만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도리어 한국에 돌아와 올해 ‘히트송’이란 노래로 모처럼 방송차트 1위를 기록, 그나마 실속을 차렸다.
일본은 그에 비해 경제적 실제효과가 높다. 보아가 증명하듯 잘만 하면 어느 정도 돈을 만질 수 있다. 물론 보아도 속을 들여다보면 언론이 경제가치 수십억 운운하며 대서특필하는 만큼은 실속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중국보다는 훨씬 낫다.
‘중국에서 일본으로’의 변화 양상은 음악계가 명분보다는 실리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는가를 말해준다. 중국은 분명 어마어마한 잠재력의 시장이다. 하지만 당장 뭔가 손에 잡히지 않으면 미래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귀에 들리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한류에서 일본정복으로 언론의 키워드가 바뀌는 것을 보면 그것 역시 불안하다. 뚝심이 없어 보이고 자칫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될 소지가 있다. 중심을 잡았으면 한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이에 대한 차분한 공론화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왜 늘 ‘확 몰려가는’ 것일까?
(임진모 음악평론가 jjinm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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