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컴퓨터 강사는 접니다.’
40∼50대에 접어든 주부들이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말이면 어머니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가르쳐주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평일 한가한 때 인터넷으로 아이쇼핑을 하고 싶어도 혹시 고장이나 내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어머니들. 이들에게 대학생 자녀들이 친절한 컴퓨터 강사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게임은 물론 인터넷 쇼핑, 채팅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컴퓨터 응용능력을 전수하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연세대 원석씨(경영학과 98)는 주말에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컴퓨터 강습을 시작했다.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에서부터 인터넷을 시작하는 일까지 차근차근 이해도를 높여갔다.
그는 “처음에는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는 일조차 서툴러 했다”며 “이젠 검색엔진을 이용해 정보를 찾고 e메일을 확인하는 일도 무리없이 잘 하시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상지 영서대 김광남씨(행정학과 97)는 평일에 인천에 있는 어머니에게 종종 전화가 걸려온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다가 궁금한 점이나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켰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을 묻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컴퓨터 학원이나 무료강좌 등을 찾아가 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드렸지만 그런 것보다 주말마다 그저 아들한테 조금씩 배우는 것을 편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고스톱’이나 ‘뿌요뿌요’ 등 간단한 게임에 흥미를 갖게해 강습의 효과를 높이는 대학생도 있다.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마우스의 조작이 손에 익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어머니들의 컴퓨터 교육에 좋은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강원대 김남범씨는 “혼자서 하는 컴퓨터 게임만 하던 어머니께 온라인 고스톱 게임을 알려드렸더니 이젠 게임과 대화를 능숙하게 즐기신다”고 말했다.
한양대 홍효정씨는 “학교에 와서 우두커니 집에서 혼자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좀 죄스럽단 생각이 들었는데 컴퓨터와 인터넷을 알려드리기 시작하면서 좋을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명예기자=이성호·연세대 tellme78@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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