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과제 실사 횡포

美상무부 한국산D램 상계관세 조사단

한국산 D램 상계관세 조사를 위해 방한한 미 상무부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한국의 주요 반도체 국가연구개발사업과 연구기관까지 강도 높게 실사,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실사가 하이닉스에 대한 정부지원과 관계없는 차세대 개발사업인 테라급 나노소재, 차세대 메모리 등에 집중되면서 국가 기밀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또 미 상무부의 이같은 행동은 우리 산학연 국책연구개발사업을 정부의 기업지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으로 비춰져 자칫 국책연구개발사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1일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22일부터 열흘간 과기부·산자부·정통부와 ETRI·반도체연구조합·KAIST·국가지정연구소(NRL) 등 반도체 관련 국책연구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대학들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당초 실사 대상에 올랐던 과기부와 산자부의 시스템IC 2010사업은 비메모리여서 연관성이 없다는 사업단의 반발로 철회됐으나 양 부처가 정통부와 함께 추진한 256M D램 개발사업과 FC램, M램 개발사업 등은 조사대상에 올라 정보화촉진기금 등 해당부처의 개발자금 담당자들이 조사를 받았다.

 미 상무부 실사단은 이번 실사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한 국가프로젝트와 지원금이 직간접적으로 하이닉스를 보조했으며 특히 지난 2000년 1월부터 2002년 6월까지 하이닉스와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측의 요구에 맞춰 각종 관련 자료들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테라급나노소재개발사업 등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돼 2010년 완료될 예정이어서 하이닉스의 지원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256M D램 개발사업도 G7사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

 실사를 받았던 한 대학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과제수행을 위해 2억5000만원밖에 받지 않았는데 상무부의 실사를 받았다”며 “정부가 이같은 실사에 왜 응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한 국책사업기관 담당자는 “하이닉스 사태에 개입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도 좋지만 경제의 패권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 프로젝트 정보가 노출됐다”면서 “정부가 보다 강하게 대응해 불필요한 실사를 줄이는 데 협상력을 발휘했어야 한다”고 안타까와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측은 “실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소자측이 제시한 조건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높아 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보유출을 우려해 별도의 비밀유지 조건 등을 단서로 달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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