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이 없다.’
인터넷 비즈니스 특수성을 거론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특별한 기술과 대규모 자본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진출이 가능해 그만큼 시장경쟁이 치열하다는 다른 표현이다. 아이디어 하나면 ‘대박’을 노릴 수 있어 한때는 미국 서부개척시대 ‘골드러시’에 빗대 ‘인터넷 러시’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인정해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를 신설했지만 아직도 인터넷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짙다.
대표적인 비즈니스모델로 꼽혔던 사이버 쇼핑몰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통계청이 조사한 쇼핑몰은 2800개에 달한다. 여기에 독자 도메인을 갖지 않고 종합몰에 입점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소호(SOHO)몰까지 포함한다면 50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다. 단일 분야로는 가장 많은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시장 성장세에도 놀라지만 쇼핑몰을 서핑하다 보면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일부 전문 몰을 제외하고는 상품구성과 디자인이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쇼핑몰마다 ‘차별화’를 기치로 매번 사이트를 개편하고 디자인을 바꾸지만 이를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쇼핑몰 업계에 우스개 소리로 도메인과 브랜드만 지우면 사이트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상품공급 업체(벤더)를 공유하고 웹 디자인·콘텐츠의 한계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이트를 베끼는 풍토도 한몫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벤트나 디자인 개편 이후 좀 반응이 있다 싶으면 이를 모방하거나 유사한 사이트 개편이 줄을 잇는다. 업체 내부에서도 개방된 인터넷 공간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분별하게 사이트의 디자인이나 콘텐츠를 베끼는 것은 당장은 네티즌을 유혹할 수 있지만 결국 쇼핑몰 전체에 해악으로 돌아온다. 특징없는 쇼핑몰에 네티즌은 쉽게 싫증을 느끼고 다른 유통채널을 찾게 된다. 바보가 아닌 이상 쇼핑몰 당사자도 더 이상 공들여 새로운 디자인이나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다.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무르익어 갈수록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는 사이버 쇼핑몰의 노력이 아쉽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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