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공포 IT업계 막다른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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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공포가 세계 정보기술(IT)업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타임지가 최신호에서 사스로 인한 경제손실비용이 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가운데 28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블룸버그·니혼게이자이 등 전세계 주요언론도 사스로 인한 중국내 IT제품 판매격감·투자지연 등이 세계 IT업계에도 큰 파장을 몰고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세계의 제조공장이자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위축으로 세계 IT시장의 수급불안정과 요동이 현실화되리란 우려의 신호탄인 셈이다.

 사스에 노출된 중국의 모습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7일 현재 중국의 사스 사망자수는 131명, 감염자수는 2914명. 소비자의 외출기피는 소비재판매의 냉각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중국 IT업계의 주축인 가전·휴대폰·컴퓨터의 위축으로 이어져 중국 산업 전반에 더 큰 타격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GfK아시아 보고서는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 등 대륙은 물론 홍콩 등지의 휴대폰·컴퓨터 매출급감을 보고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까지 한달간 베이징의 휴대폰 판매는 12% 줄었고 홍콩의 3월중 데스크톱과 랩톱PC의 판매도 각각 37%, 22%씩 감소했으며 휴대폰 매출은 16% 하락했다는 것. 광저우에서도 지난 4월 13일까지 6주 동안 휴대폰 매출이 이전 6주에 비해 30%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JP모건체이스의 애널리스트 바빈 사라는 “중국내 주요 도시의 휴대폰 판매는 1주 전보다 40% 줄었으며 2분기중 중국 IT매출은 20∼30% 감소하고 이 여파는 세계 IT시장 외형을 2∼3% 위축시킬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예년 같으면 매출 절정기인 5월 1일에도 휴대폰·컴퓨터의 판매가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세계 IT부문이 사스로 인한 위기를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매출이 휴대폰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중국내 학교의 잇단 휴교와 공공행사 취소사태로 매출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모토로라와 노키아도 마찬가지로 대책에 분주하다.

 대만 에이서는 이미 수요감소를 겪고 있다. J T 왕 사장은 “당초 예상했던 홍콩과 대만과 중국 본토로부터 2분기 PC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도 세계 IT시장의 불안감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에이서가 상하이 PC공장 설립계획을 포기했으며 역시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TSMC도 중국공장 건설계획을 연기했다.

 사스의 공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까지 사정권에 몰아넣었다. 첨단IT업체들답게 대부분 ‘방화벽’을 설치한 회사 서버에 접속하는 재택근무를 준비중이다. 시설가동 중단이나 제품 출시지연은 아직 없지만 거대 아시아시장의 소비위축·일정 재조정 등 비즈니스 혼란, 공장 폐쇄사태 등을 우려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경우 아시아의 사무실 폐쇄, 혹은 근로자 격리조치에 대비해 자체 ‘아이워크프로그램’의 적용범위를 넓혔다.

 사스는 중국내는 물론 전세계 IT업계에 불안감과 우려를 증폭시키며 이라크전과 함께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또다른 악재로 지목받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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