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과 함께 촉발된 세계적인 반미 물결 및 국제관계 긴장고조로 세계무역기구(WTO)는 물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주요지역 무역협상이 상당 기간 진전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KOTRA는 특히 이라크전 영향으로 향후 국제질서가 다자간 방식보다는 양자간·일방적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다음은 KOTRA가 분석한 이라크전쟁을 전후한 세계 주요지역의 무역협상 진행양상과 전망을 요약한 내용이다.
◇이라크전 반대국에 대한 불만=KOTRA 마이애미무역관에 따르면 미국은 4월로 예정돼 있던 미·칠레간 자유무역협정 조인을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칠레가 취한 이라크전 반대입장에 대한 미국의 명시적인 불만표출로 보고 있다.
또 브라질에서는 오는 2005년으로 시한이 잡힌 미주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rea of the Americas)이 적어도 수년간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말 타결이 예정돼 있는 중미자유무역협정(Central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도 이달 초 개최된 산살바도르 실무협상에서 이라크전 반대 데모대들이 성조기를 불사르고 이라크기를 흔들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협상의 전도 또한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져졌다.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중남미 지역 국가들이 이라크전쟁에 대해 소극적, 혹은 반대입장을 취한 것이 미국과 관련된 각종 무역협상 진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WTO 협상에도 영향=이라크전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국가간의 불협화음은 9월로 예정된 WTO 정상회담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Economics)는 “서방국간의 안보동맹 자체가 깨진 지금 경제협력기구들이 자력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기로에 와 있다”며 각종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46개 WTO 회원국 통상 장관들은 오는 9월 멕시코의 칸쿤에서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위한 일련의 협상을 마무리짓도록 돼있으나 이미 지적재산권, 개도국 우대 등의 의제는 협상시한을 넘겼다. 특히 최대 난제인 농산물 협상은 미국과 프랑스 양국이 보조금 감축문제를 둘러 싼 이견을 해소해야 협상의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이나 양국이 전쟁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실질적인 협상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세계경제 영향=세계은행의 니컬러스 스턴 수석연구원은 13일 WTO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세계경제는 한해 8000억달러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중남미의 통상전문가들은 WTO 협상지연이 불가피하게 미주 및 중미 자유무역협정의 진전을 지연시킬 것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당초 예정된 2005년 협상시한이 적어도 2007년까지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전 이후 국제질서=KOTRA는 최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미국의 경기침체도 탈출구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향후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5500억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 GDP 성장률을 0.6%나 감소시키는 주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가 제대로 축소되지 않을 경우 당분간 미국주도의 일방적인 국제질서가 WTO를 주축으로 하는 다자주의에 영향을 미쳐 다자방식보다는 FTA 등 양자간 방식 또는 일방적 해결방식이 더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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