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컴퓨팅 시대]정보유목민, 그들이 달려온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오직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징기스칸)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는 새로운 유목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현대인이 가축을 몰고 물과 양식을 찾아 돌아다닌다는 뜻이 아니라 첨단 디지털장비로 무장하고 정보를 찾아 세계를 떠도는 ‘정보유목민’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일찌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로 불렸던 ‘유목민’이야말로 21세기 인간의 전형이며 유목민의 가치와 사상이 앞으로 미래사회를 지배할 것이라고 아탈리는 예측했다.

 오늘날 그의 이러한 예언은 오늘날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전세계가 유무선 통신망으로 겹겹이 둘러쌓임에 따라 인류는 생존에 필요한 정보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굳이 한 장소에 오래 정착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컴퓨팅 분야에서 언제나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머물고 싶으면 머물 수 있는 유목민의 시대는 분명히 도래하고 있다.

 현대인은 더이상 책과 서류, 데스크톱 PC로 둘러쌓인 안정된 작업환경을 찾아 사무실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정보는 마치 공기처럼 온 세상을 뒤덮고 있으며 우리는 이동하는 모든 순간,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통신선과 전기줄에 얽매이지 않는 모바일 컴퓨팅 시대가 우리의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동 중에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상적인 컴퓨팅 환경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이러한 모바일 컴퓨팅을 구현하려면 다음 두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첫째 외부 전원코드가 없이 배터리로 컴퓨터가 작동될 것. 둘째 유선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아도 네트워크 접속이 자유로울 것.

 모바일 컴퓨팅의 첫번째 조건이 실현된 것은 불과 15년 전이다. 1989년 컴팩은 전력소모가 적은 액정화면을 채택해 배터리로 구동되는 휴대형 PC(노트북)를 세계최초로 선보였다. 전원코드의 제약에서 컴퓨터가 벗어나는 ‘선 (線)’으로부터 첫번째 해방이다.

 초기 노트북PC의 배터리 용량은 한 두시간에 불과했지만 급한 대로 전원이 없는 곳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사람들은 야외에서 노트북PC를 사용하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에 마냥 신기해했다. 이것이 지난 90년대 초반의 상황이다.

 2004년, 우리의 컴퓨팅 환경은 전원코드에 이어 유선통신망에서도 벗어나는 두 번째 선(線)의 해방기에 접어들고 있다. 통신선이 없어도 네트워크에 자유롭게 접속하는 모바일 컴퓨팅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 주역은 무선랜기능으로 무장한 센트리노 노트북PC와 태블릿PC·스마트 디스플레이 등이다. 이들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은 데스크톱 PC보다 월등한 무선네트워크 접속능력과 오래 가는 배터리용량, 획기적인 디자인 컨셉트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요즘 한번 충전으로 11시간을 작동하고 무선통신기능이 크게 강화된 차세대 노트북PC가 등장했다. 이들 신형 노트북은 인텔이 선보인 차세대 모바일 PC용 프로세서 센트리노를 장착하고 있다. 센트리노는 기존 노트북PC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사용시간, 무선랜 사용시 전력소모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모바일 컴퓨팅에 적합하도록 CPU와 무선랜을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텔은 센트리노 플랫폼이 진정한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어갈 제품이며 직장·가정·카페나 공항 등 어느 장소에서도 선이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자유로움과 융통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직은 센트리노의 무선랜 기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된 상황이나 아침 출근시간에 켜놓은 컴퓨터를 퇴근시간까지 신경쓰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센트리노 노트북PC의 오랜 작동시간은 모바일 컴퓨팅시대의 주역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태블릿PC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태블릿PC용 운용체계를 발표함으로써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기기다. 외관상 노트북PC와 비슷하지만 실제로 전혀 다른 컨셉트의 컴퓨터제품으로 간주된다.

 이 제품의 메인 입력장치가 키보드가 아니라 손으로 필기하는 문자체를 인식하는 터치스크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노트북 화면에 직접 글씨를 쓸 수 있으며 그림이나 도표도 마음대로 그려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노트북에 손으로 쓴 내용은 텍스트 문서로 바로 변환되고 무선으로 상대방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이것은 개인컴퓨팅환경에 획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태블릿PC는 책상에 앉아서 두 손으로 문자를 처넣는 구시대 컴퓨터가 아니라 한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 정보를 입력하는 모바일 전용 컴퓨터인 것이다.

 *가정용 PC도 모바일 컴퓨팅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스마트디스플레이는 집 안에서 컴퓨터 사용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 이 휴대형 모니터는 PC본체와 무선으로 연결돼 침대나 소파, 부엌 심지어 욕조 안에서도 기존 PC에서 사용하던 모든 기능을 구현하도록 만든다.

 지난주 스마트디스플레이를 구입한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모(38)씨는 “기존 PC 환경에서 수행하던 작업을 들고다니면서도 수시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컴퓨터업계는 이제 기업과 개인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컴퓨팅 환경은 더 빠르고 강력한 PC가 아니라 어디서나 무선인터넷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지난 90년대 이후 소비자들은 새로운 컴퓨터를 살 때마다 “과연 더 이상 빠른 PC가 내게 필요한가”라고 스스로 질문해왔다. 이미 CPU의 속도는 충분하다. 워드와 인터넷,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무리가 없는 한 사람들은 비싼 돈을 지불하며 신형 PC를 좀처럼 구입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보다 당당하게 새롭고 획기적인 컴퓨터 기능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와 접속할 수 있는 자유, 정보의 바다에 빠져들 수 있는 모바일 컴퓨터기기를 통해 당신의 정보생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보자.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