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뿌리 없는 2차전지산업

◆디지털산업부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재주는 곰이 넘지만 돈을 챙기는 사람은 따로 있다.’

 국내 2차전지업계가 외형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핵심 소재와 부품을 경쟁국 일본에서 거의 전량 수입하는 것을 빗댄 풍자다.

 삼성SDI·LG화학을 주축으로 한 국내 2차전지업계의 총 생산능력은 2000만셀을 훌쩍 넘어 2500만셀에 육박한다. 또 이들은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 올해말에는 총 3000만셀에 이를 것으로 보여 일본과의 경쟁이 충분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껍질을 한꺼풀 벗겨내고 그 내면을 살펴보면 아직 빈약하고 설익은 과일에 불과하다. 비록 한국유미코아·파인폴·제스이켐·대백신소재·나노닉스·제일모직 등이 양극·음극·세퍼레이터·전해질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일본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결국 소재·부품의 해외 의존율이 너무 높아 어렵게 2차전지를 개발하고 힘들게 판매하지만 실속은 일본이 챙기는 현실이다.

 소재부품을 경쟁국 일본에서 들여오는 사실은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전쟁을 치러야 하는 교전국으로부터 탄약을 수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모순이고 아이러니라는 지적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올들어 양극과 음극을 일본에서 수입하기 위해 대략 3개월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정도는 아직 견딜만 하다. 그럼에도 국내 2차전지업계를 견제하려는 일본 전지업체와 소재업체가 담합한다면 한국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

 나무가 거대한 몸집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탱할 수 있는 튼튼한 뿌리를 갖춰야 한다. 2차전지 산업이 나무에 해당한다면 소재·부품은 그 뿌리에 해당하며 이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지업체가 아낌없이 육성지원하고 협조라는 양분을 제공해야 한다.

 조만간 발표될 전지 중기거점 프로젝트에서 소재부품에 대한 육성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사뭇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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