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던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의 파상 공격이 재개됐다. 사스의 내습으로 항공주·여행주들은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제약·바이오 관련종목들이 사스수혜 업종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김치·김치냉장고·홈쇼핑업체까지 사스 수혜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 정도 되면 테마주에 목말라 있는 증권시장이 좀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김치관련 업종이 사스 수혜주로 거론된 것은 최근 영국의 한 일간지가 한국인들이 김치를 많이 먹기 때문에 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보도를 하면서부터다. 진위야 어떻든 김치 제조업체인 동원F&B는 사스의 영향 때문인지 주가가 지난 3월초 1만8000원선에서 현재 2만4000원선으로 껑충 뛰었다.
김치 판매량의 증가로 김치냉장고가 잘 팔리고 홈쇼핑업체들은 김치 판매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사스로 인해 홈쇼핑업체들의 김치 판매량이 어느 정도 증가했는지 정확히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홈쇼핑업체들의 최근 며칠 주가는 소강상태다. 이를 두고 증권가 일각에선 호사가들이 테마를 억지로 만들어 홈쇼핑업체를 끼워 넣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린다.
이 시점에서 진짜 염려스러운 것은 사스가 IT산업까지 감염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사스의 조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아시아 지역에 생산 기반을 둔 PC·반도체·LCD·휴대폰 등 IT업종은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물론 사스 사태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일시적으로 PC판매가 증가할 수 있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 이미 중국에선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국내 IT업체들이 대거 진출한 지역이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사스가 IT산업까지 침범한다면 그때는 한가롭게 사스 수혜주 운운하기 힘들지 않을까.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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