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압축기술 국제표준 채택 앞장 김규헌 한국MPGE대표단 단장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국제표준으로 선정되지 않으면 기술적인 가치가 크게 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각국이 자국의 기술을 국제표준안으로 채택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ISO 산하 표준화 단체인 동영상압축기술(MPEG)과 ITU-T가 주관하는 비디오압축표준을 위한 국제표준 최종 드래프트에 국내 기술이 선정되도록 발벗고 나서 큰 성과를 이끌어낸 김규헌 한국 MPEG대표단 단장(37)이 국제표준시장을 바라보는 현실 인식의 단면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비디오처리연구팀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최근 이러한 ‘표준화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MPEG에서 한국 대표를 맡아 압축률이 기존 기술보다 50% 이상 뛰어난 국내 차세대 동영상 압축기술을 국제표준화 전단계인 최종 드래프트에 선정되도록 하는 개가를 올렸다.

 “국제표준으로 선정될 경우 워낙 큰 단위의 달러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기술 하나를 놓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서로 다투기도 하고 연구기관들이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기술과 이익을 대변하기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에 드래프트로 채택된 기술은 현재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국제표준안에 바짝 다가서 있다. 김 단장이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의 산실인 이 기술의 핵심은 바로 수면에 돌을 떨어뜨렸을 때 일어나는 파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독특한 파문 스캔방식으로 압축하는 데 있다.

 기존의 레스터 스캔방식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비트스트림을 전송하는 데 반해 이는 영상의 중요정보가 담긴 중앙부터 영상정보를 받도록 설계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친근감을 주는 인상의 김 단장. 그는 ETRI 내에서도 ‘스마일’로 통한다. 매사가 낙천적인 데다 팀원들을 잘챙기고 사교력이 탁월하기 때문. 팀의 단합된 힘과 연구능력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김 단장은 “이 기술이 국제표준 특허로 채택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제고뿐만 아니라 특허 기술료 수입도 엄청날 것”이라며 “디지털방송이나 인터넷·모바일방송 등의 일반 보급에도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김 단장은 이번에 거둔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ETRI가 국제표준 등에 관한 지적재산권이 현안으로 부상함에 따라 연구진들의 사기 앙양 및 의욕 고취를 위해 제정한 ‘2003 표준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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