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머나먼 `디지털 복지국가`

◆정보사회부·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최근 웹페이지의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통칭 스크린리더) 개발업체 e사가 정부기관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소리눈98에 대해 특허권 침해라며 무료제공 중지를 요구, 파문이 일었다. 정부기관들은 법적 시비를 우려해 하나둘 소리눈98 무료제공을 중단하기 시작했고 이 문제는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정범구 의원이 16일 장관에게 대책마련을 요구하면서 표면화됐다.

　결국 소리눈98을 공급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특허권을 주장한 e사에 선처를 호소해 특허권 시비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정부 웹사이트에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웹사이트 자체에 더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소리눈98의 효용성에 대해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소리눈98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정보란 고작해야 사이트 이용방법 정도에 불과하다. 프로그램의 성능 때문이 아니라 홈페이지 자체가 이런 프로그램으로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도록 개발되지 않은 탓이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그들에게 걸맞은 서비스 환경을 제공토록 한 것이 ‘정보통신 접근성 지침’이다. 그러나 정부부처의 정보화담당관치고 웹사이트 개발시 이 지침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본지가 입수해 지난 19일 보도한 ‘장애인 정보통신 접근성 지침 준수상황 평가결과’ 보고서는 이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제2차 장애인복지 발전 5개년 계획’ 중 장애인정보화증진방안을 보면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총 1100억여원을 예산을 투입, 장애인들도 신체적 여건에 구애됨이 없이 정보화의 혜택을 누리는 디지털 복지사회를 구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꿈이 정말 실현되려면 일단 정부기관 웹사이트부터 장애인들을 배려해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