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최근 비디오(VHS)물로 등급심의를 받은 영상물을 DVD로 다시 제작했을 경우 내용이 바뀌지 않으면 재차 등급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국내 영상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문화부는 한국영상협회(회장 권혁조)가 의뢰한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 시행령 제7조(등급분류의 예외 등)’에 대한 법률 해석 문의에 대해 최근 “비디오물로 심의받은 후 출시했거나 출시하지 않은 비디오물을 다른 비디오물(DVD)로 매체를 전환해 제작, 출시할 경우 동일한 내용이라면 별도심의는 필요없다”는 내용의 회신문을 발송했다.
이는 동일한 영상물이더라도 이를 담은 미디어가 달라지면 등급심의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결국 문화부가 미디어를 기준으로 진행돼온 영상물에 대한 등급심의 기준을 내용물인 소프트웨어로 새롭게 인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 2001년부터 등급심의 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영상물 업계가 ‘중복심의냐, 아니냐’를 놓고 팽팽히 맞서온 사안이다. 문화부도 그동안 이에 대한 법률 해석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 문화부의 유권해석은 국내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해 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DVD업체들은 비디오로 출시했던 영상물을 DVD로 다시 출시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내용임에도 재차 심의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등급심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고 등급심의를 준비하느라 출시시기도 지연되는 등 부담이 가중된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특히 DVD에 대한 등급심의의 경우 이미 등급심의를 받은 비디오물과 동일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비디오물과는 다른 심의 결과가 나오는 등 영등위의 심의 잣대도 일정치 않아 많은 문제를 야기해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다음미디어의 손학락 사장은 “비디오물로 심의받았던 영상물을 DVD물로 다시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비디오물로는 등급심의를 받았음에도 DVD물에 대해서는 보류판정이 내려지거나 내용을 문제삼는 경우가 많았다”며 “DVD는 비디오와 달리 수정작업이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문화부의 음비게법 시행령에 대한 유권해석으로 이같은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앞으로는 동일한 영상물을 아무런 부담없이 다양한 미디어로 출시할 수 있게 돼 DVD업체들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에 내려진 문화부의 유권해석으로 DVD 출시시기도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비디오물로 심의를 받은 영상물을 조합해 다양한 DVD를 출시할 수 있는데다 본편을 먼저 DVD로 내고 비디오에 들어있지 않은 부가영상은 추후에 CE(Complementary Edition)로 출시함으로써 비디오와의 출시 간격을 줄일 수 있게 된 때문이다.
한국영상협회의 장윤환 기획부장은 “DVD는 비디오에서 매체만 달라졌을 뿐인데 굳이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영등위의 행정편의 및 수익확대 차원에서 이루어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이번 유권해석으로 DVD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그는 “비디오에서 삭제된 유해성 장면이나 무삭제본은 심의 대상”이라며 “이번 문화부 해석은 DVD 제작사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인 만큼 기본적으로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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