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들 투자기업 직접 매각 나서
벤처기업 M&A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과세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설 의지를 보이면서 그간 물밑에서 진행됐던 벤처 M&A와 구조조정을 통한 벤처 활성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최근 “주식을 사고 팔 때 과세하면 M&A나 퇴출이 활발해질 수 없다”며 “재정경제부 및 금감원과의 논의를 통해 M&A시 비과세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실질적 M&A 성사를 위한 유관기관 및 단체, 민간투자기업 등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술신용보증기금은 벤처프라이머리CBO 풀에 있는 기업들의 시장매각을 직접 추진하고 나섰고 중소기업청은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을 매입하는 자산유동화펀드를 결성, 촉매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협회와 코리아벤처포럼 등 민간 단체들도 각종 M&A지원 계획을 마련, 추진중이다.
M&A 당사자인 벤처 최고경영자들의 인식전환과 전문교육을 위한 행사도 잇따를 전망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산하 M&A협회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세미나를 겸한 ‘M&A마트’를 개최키로 했다. 한국기술거래소도 내달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2003 중소벤처기업 제휴·합병 콘퍼런스’를 열기로 했다. 이 행사에서는 최고경영자 대상의 M&A 안내 및 금융제도 개선관련 주제들이 포함되는 등 중소·벤처기업의 효율적·합법적 M&A를 위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민간 투자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기술투자(KTIC)는 투자 기업들의 M&A를 추진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자회사인 KTICM&A 등을 통해 외부에서 대상 기업을 물색해온 한국기술투자는 앞으로 자사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M&A를 직접 추진할 예정이다. KTB네트워크 등 대형 벤처캐피털 역시 자사 투자기업 대상 M&A를 폭넓게 진행시키고 있다.
KTICM&A의 최범진 이사는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1, 2등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고 경기전망도 불투명함에 따라 M&A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현재 다수의 M&A건이 성사 직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과거에는 희망 기업 대부분이 껍데기만 남아 매수 매력이 없는 곳들이었지만 지금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는 게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M&A시 비과세 등 관련제도 개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감원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당분간 벤처기업 M&A 활성화의 가장 큰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 활성화를 통한 벤처업계의 구조조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최대 현안”이라며 “금감원이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모처럼 일고 있는 M&A 활성화에 대한 관심은 다시 사그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