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인터넷 잔치, 이제부터다

◆이용경 KT사장 ceo@kt.co.kr

 AT&T, BT, NTT 등 세계적 통신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통신시장 버블이 붕괴되고 특히, 초고속인터넷 분야가 포화상태에 도달하면서 이젠 더 이상 양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잔치는 이제 끝났는가.

 산업 특성상 사업 영역이 국내 위주이며, 음성시장은 물론이고 초고속인터넷 또한 국내 전체 가구의 70%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 인프라에 지나치게 종속된 관점이라고 보며, 작금의 상황을 보다 역동적이면서 가치 창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8세기 산업혁명을 선도한 증기기관의 발명 이후 철도, 전기, 금융, 방송 등으로 이어지면서 산업 전체에 적용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또 이것은 창조적 파괴의 조정기를 거치면서 역사의 큰 물결을 변화시켜 왔다.

 특히 금융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인류사회에 화폐가 도입되고 재화의 교환이 용이해지면서 거래비용이 낮아졌고, 이로 인해 유통량과 생산량이 연쇄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은 오늘날 정보통신사업자에게도 유효한 시사점을 남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정보의 거래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정보의 유통량과 함께 생산성도 증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기업의 성과가 올라가게 되었고 일반인의 경우에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생활의 편리성이 한 단계 높아졌다. 즉, 인터넷이라는 정보 매개체의 등장은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인터넷 효과는 21세기 정보 산업사회 패러다임에서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의 양적 성장과 효율성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정보통신산업을 통해 인터넷의 성장뿐만 아니라 타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내야 하고, 또한 세계를 향해서도 지금보다 더 성숙된 인터넷 발전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굳혀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통신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인터넷은 무료라는 개념과 함께 초고속인터넷의 낮은 정액제 구조하에서는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인터넷은 종량제로 전환해야 사업자의 수익이 개선되고, 이로 인해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소비자는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나가되, 사업자 중심의 규제보다는 서비스 중심의 유효경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양성할 수 있으며, 또한 이것이 시장을 건전하게 활성화시키는 동인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이와 함께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각종의 사이버 범죄를 비롯한 정보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해 나감으로써 지역간 또는 세대간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사회 통합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들이 해소되는 시점에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인터넷 잔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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