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LO 부메랑`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약인줄 알았더니 독이네!’ 오는 6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창업투자회사 프라이머리CLO’를 두고 창업투자회사 관계자들이 던지는 말이다. 이 CLO는 지난 2001년 코스닥 시장이 붕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투사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된 것이다. 당시 발행규모는 2차에 걸쳐 770억원에 이르렀고 전액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섰다. 이 가운데 8개사가 발행한 320억원을 6월까지 갚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을 비롯한 경제상황은 계속 악화됐고 창투업계의 살림살이 또한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CLO를 갚아야 하는 창투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됐다. 본래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만 것다.

 창투사들은 만기가 돌아온 CLO 자금의 일부를 갚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갚을 수 있도록 리볼빙해줄 것을 기술신보에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기술신보측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보증분에 대해 차환발행을 해준 사례도 없고 이에 대한 규정도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창투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이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창투사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최악의 침체 상황을 겪고 있는 벤처업계 전반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열쇠는 재경부가 쥐고 있지만 전후 사정을 익히 잘아는 재경부는 묵묵부답이다. 결국 1차적인 화살은 또다시 시류에 따라 단기적 부양에 급급했던 당국의 벤처지원정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이번 CLO로 인한 유동성 위기는 근본적으로 창투사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언젠가 좋아지겠지’라는 천수답식 경영에서 탈피하지 못한 무책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돈’을 다루는 금융전문회사가 2년여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창투업계는 이번 기회에 다양한 수익모델 발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되새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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