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가 사회투명성 높인다

 “나이 들어 군대 가면 엄청 고생한다던데 어떻게 좀 힘써 볼 수 없어요? 당신은 병무청에 끈도 하나 없어? 이럴 때 아들 고생 좀 덜어주는 게 뭐 나빠요.” “남자는 군대 제대로 가서 고생 좀 해야 사람 돼. 그리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징병검사를 앞둔 P씨는 부모님의 실랑이를 지켜보며 은근히 기대를 걸었다. 징병검사에서 편법을 쓰면 군복무 기간을 얼마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러나 P씨는 징병검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어림없는 꿈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깨달았다. 본인확인부터 결과판정까지 모두 컴퓨터에 자동입력되도록 돼 있었던 것이다.

 병무청(청장 김두성)은 지난 2001년 2월부터 전국의 모든 징병검사장에서 ‘병무행정 징병검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전자신분인식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리수검이 원천봉쇄된데다 신체검사가 끝나면 신체등위판정과 병영처분이 컴퓨터로 자동입력돼 판정에 의사 등의 주관이나 비리가 개입될 여지도 사라진 지 오래다.

 병무청 공보실 박희관 사무관은 “징병검사시스템은 행정 자체가 이전에 수작업으로 하던 것이 현재 의사나 공무원이 주관적으로 개입할 소지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병무행정 관련자간 유착을 통한 병무행정비리가 설 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병무청의 사례에서 보듯 행정정보화는 행정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서 더 나아가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장관 최종찬)도 최근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건설업체를 퇴출시키고 불법 하도급 등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건설산업정보시스템’을 구축, 가동에 들어갔다.

 건설산업정보시스템은 대한건설협회·전문건설협회로부터 받은 업체별 시공실적 입증자료를 기준으로 시공실적 기준미달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업체 등을 시스템을 통해 공지함으로써 발주자들이 이를 열람할 수 있는 등 부실업체 자연퇴출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건설경제과 정한규 서기관은 “지난 3년 동안 등록기준 미달기업 총 2만334개사를 적발해 등록말소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업체들의 난립이 끊이지 않았다”며 “시스템 도입 후 불법하도급과 허위등록사실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관세청(청장 김용덕)도 지난 3월부터 ‘심사정보시스템’을 가동, 관세신고 오류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업체 및 심사취약 분야를 집중 파악할 수 있게 돼 세금탈루를 줄이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관세청 내부자료는 물론 기업경영정보, 신용평가자료, 국세청 세적자료, 한국은행 외환자료 등을 통합한 상세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세액심사에도 활용이 가능해졌다.

 관세청 심사정책국 박희관 사무관은 “심사정보시스템을 통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별된 업체에 대해 집중심사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심사기업 선정시 공정성을 높이고 세금탈루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행정투명화와 비리근절에 정보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지난해 10월부터 통합재정정보시스템을 구축, 예산·회계, 지방세, 세외수입, 인허가업무 등 재정운용과 관련되는 모든 업무를 전산화함으로써 횡령이나 유용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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