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SO간 수신료 문제 힘겨루기로 시청자만 피해

 “사전에 충분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즐겨보던 채널을 세 개씩이나 내보내지 않는 것은 가입자와의 계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입니다.”

 최근 고양·파주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한국케이블TV경기방송(대표 이범경)의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가입자들의 거센 항의가 줄을 이었다. SBS미디어넷 계열 3개 채널의 방영이 중단된 이달부터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SO의 프로그램 공급 계약이 완전 개별계약으로 바뀌면서 SO·PP간 수신료 분배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일방적인 방송채널 송출중단으로 이어지면서 그로 인한 피해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채널 송출 왜 중단됐나=SBS미디어넷(대표 홍성완)은 경기방송과의 채널 송출 계약협상이 결렬되자 지난 1일부터 SBS골프·SBS스포츠·SBS드라마플러스 등 3개 채널의 송출을 전격 중단했다.

 협상 과정에서 SBS미디어넷은 경기방송측에 작년대비 30% 인상된 수신료를 요구했으나 이같은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25일부터 자사 채널을 통해 송출중단 고지를 내보낸 데 이어 1일부터 3개 채널 송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기본형 가입자 1만여명, 보급형 가입자 25만여명이 골프채널 등 인기채널 중단에 대해 게시판·전화 등을 통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으나 경기방송과 SBS미디어넷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SO·PP간 힘겨루기 표면화=송출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이 나오게 된 데는 SO와 PP간 입장 차이 때문이다. SBS미디어넷 관계자는 “경기방송에 제시한 30% 인상안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지나치게 낮아진 가격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경기방송측이 이같은 배경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지역 주민에게 SBS의 일방적인 송출중단 탓만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경기방송 관계자도 “지난해에 비해 회사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PP에 대한 수신료를 낮춘 상황에서 유독 SBS미디어넷에만 수신료를 대폭 올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BS미디어넷은 현재 경기방송 외에 타 SO와도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30% 수준 안팎의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와 유사한 사태가 추가 발생할 경우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업자 논리에 시청자는 ‘뒷전’=이번 사례와 같이 SO와 PP가 수신료 배분을 둘러싸고 방송 송출을 중단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아름방송이 일부 채널을 무료 송출한 것과 관련해 PP가 이에 대한 반발로 성남·분당 지역 가입자를 대상으로 송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SO와 PP의 개별 계약이 사적 계약인 만큼 향후 계약 조건이 맞지 않으면 인기 채널이라도 송출이 중단되는 사례는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관상 채널이 변경될 경우 15일 전에만 사전 공지를 하면 된다.

 이같은 추세에 대해 SO의 한 관계자는 “인기 채널일수록 채널 송출 중단에 대한 부담이 커 섣불리 이를 감행하기 어렵겠지만 경기방송 사례와 유사한 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SO와 PP가 한발씩 물러나지 않으면 결국 장기적으로 가입자 이탈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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