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컴, 유통조직을 사수하라

 중대형 컴퓨팅 업체들이 시스템 유통 업체를 놓고 사활을 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중대형 컴퓨터 시스템의 경우 데스크톱이나 노트북과는 달리 구매고객이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으로 한정된데다 제조사의 이름 자체가 상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사실상 유통채널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예컨대 IBM·HP·선 등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요요소였지 누가 파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하지만 서버 시스템 제조기술이 일반화돼 특히 엔트리급으로 불리는 저가형 서버의 경우 성능이 업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IBM이 로엔드급 유닉스 서버 p시리즈 P3종(p610·p630·p650)에 대한 ‘표준가격 인하’와 가격공개 정책을 발표하고 서버 제품에 대한 물량공세에 나설 것을 공식화한 것이 계기가 돼 중소형 서버의 경우 ‘박스 장사’를 하는 유통채널이 시장점유율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한국IBM이 유통모델로 전환한 p650의 경우 미드레인지급 수준의 서버인데다 영업을 전담할 유통사마저 코오롱정보통신·SK글로벌·하이트론시스템즈 등 한국썬이나 한국HP 등의 제품을 이미 취급하고 있는 유통업체라는 점에서 뺏고 뺏기는 중대형 컴퓨터 업체들의 유통대전은 당분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유통사가 1차고객=흔히 ‘볼륨제품’이나 ‘유통모델’로 불리는 저가형 서버는 주로 채널을 통한 간접판매로 영업이 이뤄진다. 유통사로부터 발생하는 매출비중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닷컴기업을 비롯한 소형 서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썬과 같은 기업의 경우 매출의 압도적인 부분을 채널들이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통조직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겉으로 드러난 유통사의 1차 역할은 벤더가 직접 챙길 수 없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고, 요즘처럼 중소·중견기업(SMB)시장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그 역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통사에 대한 역할이 부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공급사의 ‘1차고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대형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수요 자체가 급감된 상황에서 현금보유능력이 있는 대형 유통사들이 제품을 구매할 경우, 직접판매로 인한 매출부족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IBM의 정책에 대해 경쟁사들이 ‘1분기 부진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 또는 ‘유통업체에 제품을 밀어내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힌 것’이라고 폄하하는 이유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땐 부도사태도 우려=일단 업계에서는 한국IBM의 채널 마진 폭을 비롯한 구체적인 유통전략을 파악하고, 향후 자사 유통조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어차피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유통사들이 ‘재고를 얼마나 안고 갈 수 있는지’의 여부가 시장판세를 결정하며 이는 결국 마진정책을 비롯한 채널지원정책이 승부를 가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IBM이 유통모델로 전환한 제품이 구형모델이 아닌데다 제품 경쟁력도 상당히 갖춘 만큼 채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IBM의 이같은 정책으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한국썬 측에서는 수일 안으로 대응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썬 관계자는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채널들의 속성상 일정 정도 균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채널과의 관계가 1회성에 그치지 않기 한국IBM이 기대한 만큼 쉽게 파고들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중대형 컴퓨팅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만일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신혜선 shinhs@etnews.co.kr>

 

 <업체별 채널조직 현황 및 특징>

업체명 특징 

한국IBM 총판(디스트리뷰터), 솔루션 프로바이더, SI 및 ISV로 구분

레벨에 따라 프리미어, 어드밴스트, 멤버로 구분

제품별 특화 비즈니스 파트너

z시리즈(혁성정보시스템(z.p), 위즈정보기술(z.p), 청호컴퓨터(z, SSG), 윈솔

p시리즈(코오롱데이타통신·CIES·이노비스·CST), p610·p630·p650(코오롱정보통신·SK글로벌·하이트론시스템즈)

i시리즈(이지시스템·동부·아남정보기술)

x시리즈(EPA)

한국HP 총판·VAR(직판), 코퍼레이트 리셀러, 솔루션 파트너로 구분

총판(HP 모든 제품을 팔 수 있음. 시장확대 주력)-SK글로벌·코오롱정보통신·이엔지·정원·영우

VAR(전산실 담당 비즈니스)-시스원 등 30여개

코퍼레이트 리셀러(대량 제품 판매)-40여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CDP 산하 VPSP(150∼200개), 시스템 프로바이더, SI 및 ISV

CDP(V880 이하 취급) - SK글로벌·LG엔시스·에드벨엠씨·제이씨현·IC&M

시스템 프로바이더(V880 이상)-코오롱정보통신·KCC·대우정보시스템·그린벨시스템즈·하이트론시스템즈

삼성팀(삼성물산·삼성SDS) 별도 운영  

한국후지쯔 제품 파트너, 솔루션 파트너로 구분

제품 파트너(총판 개념)-EPA·코오롱정보통신·롯데정보통신 

  

사진설명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최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N1 Is the Datacenter’ 행사를 통해 차세대 네트워크 컴퓨팅 비전인 ‘N1’ 전략을 구현해주는 첫번째 소프트웨어인 ‘N1 프로비저닝 서버 3.0 블레이즈 에디션(N1 Provisioning Server 3.0 Blades Edition)’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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