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벤처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팔아주기 위한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던 벤처사랑마트사업이 출발선상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최근 독단적인 사업추진이라는 내부 불만이 터져나오고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업비 조달에도 제동이 걸리는가하면 관련 단체들의 무관심 등 여러 문제들로 인해 사업초기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진 현황=지난달말 계명대창업보육사업단의 김영문 단장(대구경북창업보육센터협의회 부회장)이 발의해 추진돼 온 벤처사랑마트사업은 지역 벤처관련 단체들이 힘을 모아 백화점에 벤처기업 제품만을 위한 상설 매장을 설치, 지역 벤처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에는 판로확보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시작했다.
대구경북창업보육센터협의회를 주관단체로 대구테크노파크·경북테크노파크·경북대테크노파크·아이티커뮤니티·대구경북벤처기업협회 등 벤처관련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동아쇼핑과 대백프라자 등 유통업체에서도 미리 마트 공간을 마련하고 발빠른 접촉을 해오는 등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백화점으로서는 수익에 앞서 지역 벤처기업을 돕는다는 이미지 홍보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우선 무리한 추진일정이 걸림돌이 됐다. 벤처단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가 너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지역 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사업 취지는 좋지만 사업추진 주체인 계명대창업보육사업단이 대구경북창업보육센터협의회를 비롯한 각 벤처단체에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사업에 대한 협조공문만을 통보하듯이 발송했던 것이 단체들의 비위를 상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기대했던 단체들의 참여도 미달수준이다. 주요 역할을 해야 할 대구경북창업보육센터협의회는 이번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고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39개 창업보육센터 중 3∼4개 센터만이 참여의사를 전해왔다.
대부분의 센터들은 입주기업이 정보기술(IT) 업종이어서 백화점 판매와는 성격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도 최근 참여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당초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했던 대구테크노파크도 현재 지원을 유보한 상태다.
임시덕 대구경북창업보육센터협의회 회장은 “결과적으로 협의회는 벤처사랑마트사업에 사업비를 지원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는데 이번 사업과 관련해 협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는 한차례에 불과했다”며 “사업이 충분한 의견교환없이 너무 빠르게 추진되온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 창업보육센터 메니저는 “제품에 대한 검증 절차도 없이 판매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소비자들에게 지역 벤처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사업을 추진해온 김영문 계명대창업보육사업단 단장은 “좋은 취지의 행사에 지역 벤처단체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지역 벤처기업의 판로 모색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여러가지 돌발변수로 벤처사랑마트 사업일정이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마트 개설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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