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경쟁력과 성장엔진 확보

◆이영진 한국기업평가 사장 yjlee@korearatings.com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에 위협임과 동시에 기회였다. 성장 일변도의 정책과 문어발식 확장에서 비롯된 방만한 기업경영 관행을 제대로 청산하는 경우 성장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5년여 동안 부실기업 정리, 기업재무구조 개선, 기업에 대한 상시평가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향상됐고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구축하게 됐다.

 그 결과 제조업 부채비율이 97년말 396%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136%로 낮아졌고 2002년 12월말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의 전체 순이익규모가 24조원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거뒀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영성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제 원자재 가격하락, 금리하락, 환율하락 등 외부요인도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 경상적자를 낸 기업의 비중과 경상이익률이 10% 이상인 기업의 비중이 동시에 증가해 기업간 수익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아직도 우리 기업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취약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상당히 큰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이후 세계정세의 불확실성 심화, 북한의 핵문제, 그리고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불투명한 경기전망 등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카드사 유동성 악화와 SK글로벌 사태로 촉발된 직접금융시장의 침체 등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를 통한 재무역량 극대화가 필수적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보는 시각에 따라 아주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적시에 개발하고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을 들 수 있다. 최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살펴보면 그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 관련 제품들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이런 시장경향은 기업의 투자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투자가 필요하지만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투자비용이 점점 커지고 동시에 투자비용에 대한 회수기간 단축으로 투자에 대한 위험도 점증하고 있다. 이런 투자위험의 증대는 해당산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해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은 강화되지만 후발업체의 수익성 확보는 더욱 어렵게 된다. 그리고 투자의 방향과 시기, 성공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좌우되고 그 결과 산업의 투자 사이클에서 일단 낙오된 기업들은 예전의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시장경향에 대응해 기업이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만족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성장엔진을 발굴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투자가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뒤처져 있는 현실에서 우리 기업들은 투자를 기업의 생존차원에서 새롭게 인식하고 투자의 방향과 시기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기존사업의 수익성 및 현금창출 능력을 제고해 향후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에서도 미래 핵심과학기술에 대해 학계와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산학연계를 활성화해 개발된 기술을 조기에 상품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정책적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교육체계도 개선해 핵심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구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행 경제관련제도의 불합리성을 제거하고 금융 인프라의 개선 및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시중자금이 기업부문으로 효과적으로 흘러 들어가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