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사이버테러 대책법안에 업계 반응 시큰둥

 일본 법무성이 지난달 말 내놓은 사이버테러 대책법안 요강에 대해 관련업계가 ‘예상대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닛케이산교신문이 보도했다.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당국으로부터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인터넷접속사업자뿐만 아니라 일반기업도 전자우편의 통신이력을 지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요강의 골자.

 이 요강은 2001년에 비준된 국제사이버범죄조약에 대한 국내법 정비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현재 법무상의 자문기관인 법제심의회에 넘겨져 검토중이며 올 가을 임시국회에 법안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통신 관련 업체들은 수사당국이 요청한 건에 대해서는 최대 90일 동안 관련 e메일 송수신 이력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일종의 ‘보전요청절차’인 셈이다. 이력에는 송신자, 수신자, 통신일시 등 제반 통신이력이 모두 들어가며 과거 이력은 물론 보전요청후의 이력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금번 조치는 영장발부를 기다리는 동안 문제의 통신이력을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에 사전영장 청구 및 발부 없이도 통신이력을 긴급 보전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는 것이 법무성의 판단. 이는 압수수색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영장이 필요없다는 것이 또한 법무성의 ‘핑계 같은 변’이다.

 보전요청 대상도 한층 다양해졌다. 요강은 그 대상을 ‘업무를 위해 다수의 통신을 매개하는 전기통신설비의 설치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인터넷접속사업자는 물론 LAN망을 가지고 있는 일반 기업이나 대학도 규제대상이 된다는 성명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관련 업계에서는 “너무 하는 것 아니냐” “도대체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이냐” 등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회원고객의 정보보호 차원에서 송수신 메일은 바로바로 지우는 것이 업계의 관례였다. 비록 강제 벌칙은 없다고 하더라도 금번 요청으로 고객이나 사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할 의무도 있는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편 법정비에 따라 보전기간 및 범위가 늘수록 서버증강 및 수사요청에 대한 업무량 증가라는 이중고를 기업들은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 대책 소프트 개발업체들도 금번 발표에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백신 연구를 위해 과거에 발생한 바이러스나 예상 바이러스를 소지하는 경우가 많아 모두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처벌기준이 애매모호한 이번 법정비가 오히려 일본 내 시큐리티 대책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태까지 기업들은 영장제시가 없는 한 수사당국에 대한 통신이력 제공을 완강히 거부해왔다. 관련 접속사업자의 한 중견간부는 “비록 임의라고는 하지만 이는 사실상 관(官)에 의한 반강제가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날로 기승을 부리는 사이버테러라는 현실적 문제를 놓고 일본정부와 일반기업간의 이해관계가 향후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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