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u코리아 전략’을 채택하면 반드시 협력하겠다.”
유비쿼터스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사카무라 겐 도쿄대 교수(52)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한일 윈윈(Win-Win) 산업분야로 키우자고 역설했다.
지난 84년 ‘어디에나 컴퓨팅(computing everywhere)’을 내세워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의 선각자로 알려진 사카무라 교수는 최근 ‘u코리아포럼’의 창립을 기념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T정보센터장 하원규 박사(50)와 가진 특별대담에서 “유비쿼터스를 IT분야 첫 한일협력모델로 내세워 같이 땀을 흘리고 싶다”며 “한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비쿼터스를 밀고 앞서 나간다면 일본 업계·학계는 물론, 일본 정부도 함께 갈 수 있도록 (내 개인의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카무라 교수는 현재 YRP유비쿼터스네트워크연구소장과 T엔진 포럼 회장 등을 맡아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유비쿼터스ID센터’를 주도적으로 설립해 일본 유비쿼터스 컴퓨팅 전략을 선도하는 등 일본 유비쿼터스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한국 ‘u코리아 전략’의 핵심 두뇌인 하원규 박사와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주제로 한 특별대담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하원규 박사=먼저 한국의 u코리아포럼 창립에 맞춰 특별강연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사카무라 교수님은 84년에 ‘모든 물체에 마이크로 컴퓨터를 집어넣고 네트워크에 연결시킨 환경을 제창’하며 그 기본 운용체계(OS)로서 트론(TRON:The Real-time Operating system Nucleus)을 개발했습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선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카무라 겐 교수=‘유비쿼터스’란 단어는 마크 와이저가 처음 썼습니다. 당시 그는 개념을 제창하긴 했지만 이를 실현시킬 기술쪽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내장된(임베디드) 컴퓨팅의 발전선상에 있으며 제가 84년 개발한 실시간 OS인 트론은 이 분야 최고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엔지니어기 때문에 철학적 접근보다는 실제 기술 개발로 접근한 셈입니다. 영어 감각이 모자라서 유비쿼터스란 탁월한 단어를 생각지는 못해서 그냥 ‘Computing Everywhere’라고 했습니다.(웃음)
◇하원규 박사=‘유비쿼터스의 아버지’ 마크 와이저가 개념을 정식 발표한 것이 91년이니까 84년에 개념을 내세운 교수님은 ‘유비쿼터스의 큰아버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크 와이저와 비교해 교수님의 개념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사카무라 교수=마크 와이저는 제록스 소속이었기 때문에 ‘사무실 안에 누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내는 작업을 우선시했습니다. 따라서 91년 ‘액티브 배지(active badge)’를 사람들에게 달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이 일상화되면서 그런 그의 목표는 이미 해결됐습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깜짝놀랐을 것입니다. 제 개념은 사람의 위치정보를 넘어선 ‘물체’ 정보도 컴퓨팅 세상에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또 마크 와이저는 사상·개념으로 훌륭하게 체계를 잡았습니다. 그가 얘기한 ‘눈에 안 보이는(invisible) 컴퓨팅’도 중요합니다. 단지 이런 ‘invisible’ 컴퓨팅을 실현하는 임베디드 칩을 실제로 만드는 작업이 내 몫이자 일본의 역할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원규 박사=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구석구석에 스며든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동작하는 트론은 i트론, c트론, b트론 등으로 발전·전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JBlend(Java+TRON)’라는 칩이 내장된 정보가전이 일본에서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카무라 교수=트론은 NTT도코모·KDDI·J폰 등 이동통신업체들의 휴대폰에 기본OS로 들어가 있습니다. 도요타가 내놓는 자동차의 엔진 제어도 트론이 합니다. 또한 캐논의 레이저프린터를 비롯해 디지털카메라, DVD플레이어 등 셀 수 없는 전자기기에 트론은 임베디드돼 있습니다. 임베디드 OS 전체 보급수에서 절반 가량을 트론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리눅스로 유명한 몬타비스타와 손을 잡고 ‘리눅스+트론’ 프로젝트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일본 가전기기의 경우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단지 최근에야 트론이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지금까지는 트론을 채택한 업체들이 이를 알리지 않다가 요즘 2∼3년 트론을 주변에 자랑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원규 박사=유비쿼터스 시대를 얘기할 때 칩의 가격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카무라 교수=맞습니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지금처럼 휴대폰·자동차· 정보가전 등 전원이 들어가는 기기뿐만 아니라 목재 가구에서 약병에 이르기까지 전원이 없는 물체에도 내장돼야 합니다. 즉 몇 조 단위 규모의 대량생산이 필요합니다. 통신기능이 있는 칩 가격이 1∼2엔(약 10∼20원)까지 떨어져야 음료수 병에도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대략 10년이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원규 박사=일부에선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회는 감시사회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어떻게 프라이버시를 지킬지는 중요한 화두입니다. 이에 대해 트론은 범용적 시큐리티 기반 아키텍처로서 e트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카무라 교수=모든 물체에 정보를 가진 칩을 묻어두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는 매우 중요합니다. 원칙은 ‘허가받은 사람만이 정보를 얻는다’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교복 등에 칩을 내장해 선생이 가까이 가면 선생의 단말기에 학생의 이름부터 최근 성적까지의 정보를 전송합니다. 단지 허가받은 사람인 선생만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유비쿼터스 단말기는 당사자의 지문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초기부터 이런 시큐리티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PC나 인터넷의 경우 먼저 보급되고 나중에 시큐리티를 걱정했습니다. 따라서 시큐리티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처음 칩 제작부터 이를 고려해 암호칩 기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원규 박사=유비쿼터스 사회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반기술, 개발기술, 운용체계 등이 중요합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발전 방향과 과제는 무엇입니까.
◇사카무라 교수=칩의 기능·속도 향상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안정성을 먼저 꼽고 싶습니다. 제가 관여하고 있는 T엔진은 오픈된 임베디드 OS입니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OS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면 큰 문제입니다. 모두에게 오픈한다는 점이 안정성을 담보해낼 수 있습니다. 트론이나 또는 트론을 발전시킨 T엔진 모두 이를 지향합니다. 오픈 소스로 유명한 리눅스가 지원못하는 0.1㎜칩에 트론이 오픈소스 자격으로 이를 커버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T엔진 포럼이 문을 연지 1년도 채 안돼 131개나 되는 업체가 모인 것도 이같은 정신 덕택이 아닌가 합니다.
◇하원규 박사=전자태그의 표준 문제를 둘러싸고 MIT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오토ID센터’와 교수님이 내세우는 ‘유비쿼터스ID센터’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오토ID센터의 전자태그에 대해 ‘단순한 바코드의 진화이기 때문에 시큐리티 확보라는 관점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물리적인 장소 개념이 중시되지 않는 인터넷 기반이라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실현에서는 적당치 않다’고 비판하셨습니다.
◇사카무라 교수=오토ID센터는 인터넷이 없으면 불가능한 시스템이란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칩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인터넷 접속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현 기술 수준으로도 칩 용량이 오토ID센터측이 예상을 넘어섰습니다. 따라서 오토ID센터의 발상은 30년전의 낡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중요하다’에서 ‘인터넷도 중요하다’는 쪽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유비쿼터스ID센터는 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를 위한 전자태그는 물론, 인터넷이 없는 전자태그간 네트워크도 가능케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좋은 개념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념들을 실현시키는 시제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들은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칩이나 단말기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그쪽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저보고 “직접 눈에 보이는 실체를 가진 성과물를 내놓고 있어 질투를 느낄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전자공학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원규 박사=유비쿼터스 컴퓨팅 분야에서 한일 양국의 민간 및 정부가 협력 가능한 모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카무라 교수=한일 모두에게 유비쿼터스는 기회입니다. 전혀 새로운 시대을 앞서 나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습니다. 물론 유비쿼터스 실현을 위해서 미국·유럽 등과도 협력 관계를 추진해야합니다. 하지만 거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중국·일본이 먼저 같이가야하겠지요. 특히 전자제품이 강한 한국과 일본은 유비쿼터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헌할 수 있고 또 해야합니다.
대규모 공동 협력을 추진하는 첫 사례로 유비쿼터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유비쿼터스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u코리아’전략을 한국 정부가 천명한다면 세계 최초 국가가 되겠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미약하나마 일본 업계·학계·정부에 한국과 같이 협력해야한다고 설득해나갈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유비쿼터스를 가지고 세계에 어필하는 날을 기대합니다.
<정리=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사카무라 겐 박사는>
◇74년 게이오대학 공학부 전기공학과 졸업 ◇79년 박사과정 수료 공학박사 ◇88년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최우수논문상(마이크로부문) ◇도쿄대 정보학과 교수(현), YRP유비쿼터스네트워크연구소장(현), T엔진포럼 회장(현)
<하원규 박사는> ◇경상대학교 사범대 졸업◇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석사(일본어과) ◇도쿄대 대학원 석사(신문학) ◇도쿄대 대학원 박사(사회정보학) ◇ETRI 정보정책연구실장(98) ◇ETRI 정보기반연구팀장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IT정보센터센터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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