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비쿼터스’로 뜨겁다. 다들 유비쿼터스가 10년후 우리를 먹여살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밥상을 차려줄지 시원스런 답은 없다. 자칭 유비쿼터스 전문가 중에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와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차이도 설명 못하는 ‘눈물나는 상황’까지 연출될 정도다.
일본에서 유비쿼터스로 돈을 버는 모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00여 출판사, 9000여 서점이 모여 2005년까지 모든 책에 집적회로(IC)칩을 넣자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모든 물체(책)에 신(IC칩)이 깃들여있다’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인 셈이다. 여기에 마쓰시타, 히타치 등 칩메이커들이 ‘IC태그기술협력기업컨소시엄’에 끼어들며 ‘기댈 언덕’을 만들었다. 이런 IC칩을 IC태그(Tag-꼬리표), 전자태그, 스마트태그 등으로 부른다. 출판사가 책을 찍어낼 때 책 표지에 책 제목·인식번호 등 정보를 갖춘 IC태그를 내장한다. 태그는 전파를 발생해 이 정보를 전용수신기에 보낸다. 이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출하·재고·판매 데이터의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출판사로선 책의 반품을 줄일 수 있다. 서적의 반품비율은 30∼40%다. 이제 최소한 초판은 덜 찍어도 된다. 또 셈을 치르지 않고 밖으로 책을 가지고 나가면 경고음을 낸다. 일본의 서점당 연간 책도둑 피해는 70만엔(700만원)이라고 한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연간 500억엔(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또 일본아트아카데미에선 태그를 미술 작품에 넣는다. 그림 뒷면에 태그를 넣어두면 ‘미술계의 해결될 수 없는 미스터리’인 진품 논쟁이 말끔히 해결된다. 올해 일본아트아카데미상을 받는 9개 작품에 제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먹거리에도 태그가 들어온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식품에 태그를 붙여놓으면 원산지 위조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게다가 브랜드 제품에도 태그를 달아 ‘짜가(?)’가 설 자릴 없앤다.
아는 이는 알겠지만 이런 IC태그를 이용한 물류 관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항공컨테이너의 관리 등에선 이미 수년전부터 쓰여왔다. 요는 규모다. 일본에서 매년 발간되는 새 책은 13억권이다. 억대규모의 태그활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지금껏 도구로만 인식됐던 컴퓨팅을 환경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바로 유비쿼터스의 도래다.
여기서 질문 하나, “비싼 칩을 책에 집어넣을 수 있나요?”
오해다. IC태그는 배터리도 없고 별 정보도 없는 0.1∼0.4㎜ 칩이다. 전용단말기에서 전원을 쏘아주면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나 책이야 책! 나 지금 나간다’고 떠들 정도다. 책에 들어가는 칩이 현재 한개 20엔, 미술품 칩은 150엔 정도다.
그럼 엄청난 IC태그 시장에서 표준경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MIT 중심의 ‘오토ID센터’ 주도의 미국세에 일본이 ‘유비쿼터스ID센터’를 만들어 도전한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장악키 위한 ‘미국 대 일본의 대결, 그 첫 장이 이제 막을 올리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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