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공방](2)정보화 투자, 낭비냐 혁신이냐

 ‘이슈 공방’ 이번 주제는 ‘정보화 투자, 손해냐 혁신이냐’다. 기업의 최고재무관리자(CFO) 입장에서 보면, 전산전략기획(CIO)부문이 추진하는 정보화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워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보화 투자는 이미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것이 CIO의 입장이다. 공룡처럼 커져만 가는 정보화 투자비용을 둘러싼 기업 CFO와 정보화책임자간의 서로 다른 주장을 통해 정보화 투자 규모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고민해 본다.

 

  임병도 - KT IT본부 정보기획팀 부장

정보화는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IT는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다.

 모든 경영 성과들이 IT만의 효과는 아니지만 만약 IT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실제로 월마트 등 세계기업의 사례를 봐도 IT가 없다면 영업 자체가 힘들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IT 없이는 업무 처리 자체도 불가능하다. 기업 경영에서 영업력도 중요하지만 IT는 이제 필수다.

미국 기업의 정보화 투자는 일본에 비해 평균 2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정보화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정보화 투자가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사무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보화에 투자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적인 업무 비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집중과 선별투자도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보화 투자는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다. 또 IT투자는 대부분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효과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보화 투자를 집행하는 CIO의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예산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정부투자 비율은 매출이나 수입 증가세에 비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재무 담당자들은 회계쪽 마인드가 강해 정보화 투자처럼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믿지 않는다. 그동안 대부분의 CFO들은 정보화 투자 성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IT부문 투자에 인색해 왔다. 그러나 정보화는 오히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정보시스템은 현업 부서의 실적 부풀리기를 방지해 정확한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확한 보고와 실적 자료를 통해 경영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같은 작업은 오히려 CFO의 역할이지 않은가.

 따라서 CFO들도 이제 재무 전문가이긴 하지만 정보화가 모든 분야(생산, 재무, 관리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갖고 IT에 대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너무 재무적인 흐름만을 볼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시각도 필요하다. IT분야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가 투명경영 방침을 수립한다면 CIO는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이를 완성하는 것이 임무다. 회사가 수립한 경영 및 영업 비전과 정보시스템 전략을 어떻게 일치시키느냐가 최근 CIO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제 CIO도 단순한 전산실 지원 수준에서 경영 전략 차원으로 발전해야 한다.

 

  조은기 -오일체인 경영지원본부장

 경영 인프라적인 정보화 투자는 과도한 선을 넘지 않게 집행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비즈니스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IT프로젝트에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IT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IT가 없으면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T가 없어도 충분히 수행할 있는 업무는 분명히 있다.

가령, 웹사이트 방문 횟수를 늘리는 목표가 있다고 하자. 홈페이지 개편 등 IT투자도 가능하지만 이벤트나 마케팅 활동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콜센터 운영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일반전화를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는가. 굳이 첨단 설비를 갖춘 콜센터를 설치해야 하는지는 투자대비 효과를 평가한 후 결정해야 한다. 대체 수단보다 정보화 투자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CIO가 입증해야 한다.

 노후 하드웨어 교체와 같은 부득이한 사정의 투자도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일본 기업의 사무실에 가보면 IT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떨어진다. 미국도 자신들의 핵심역량에 대한 IT투자에 대해서는 과감하지만 부수적인 것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사무환경이나 컴퓨터 업그레이드에는 관심도 없다. 한국처럼 첨단 IT설비로 중무장한 사무실은 구경하기 힘들다.

 따라서 회사 전체적으로 일정 비율을 정보화에 투자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무분별한 투자는 안된다. 회사의 경쟁력과 직접 연관된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대체수단이 없을 경우에는 그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만으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기업의 IT투자는 현업부서의 아이디어에 의존해 왔다. 더욱이 정보화에 투자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는 분위기였다. 재무담당자가 오히려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전산담당자가 바뀌면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는 등 방만한 투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정보화 담당자들이 주장한 IT투자 효과의 근거도 대부분 시스템 사업자들이 제공한 데이터들이다.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는 편향적일 수 있다. 더욱이 정보시스템 입찰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잡음이나 불투명성에 대한 반발도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정보화 투자나 CIO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또 정보화에 대한 평가는 계량화되지 않고 기준도 불확실하다. 정확한 평가가 없다보니 CIO는 책임도 회피할 수 있었다. 마케팅이나 재무담당자는 평가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는데 왜 CIO는 예외인가.

 CIO도 이제는 정보화 투자에 대한 계량적인 효과를 내놓고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신규사업을 위한 정보화 투자라면 당연히 정보화 부문도 ROI 분석 등을 통해 다른 파트와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전산 담당자와 재무 담당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화 평가기준이 나와야 한다.

 

  <한마디> 임춘성 기업정보화지원센터장

정보화 투자 효과에 대한 논의는 IT분야의 최대 화두다. 최근처럼 IT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보화 투자는 경제성(비용 절감), 기업경쟁력(업무 생산성), 시장 가치(기업 이미지 제고), 회사 만족도(분위기 상승)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효과가 과연 IT만의 순수한 효과이냐가 문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보화 투자효과 분석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다. 하지만 정보화 전략을 수립하고 평가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범용적인 솔루션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제는 개별기업의 환경과 특성에 맞는 정보화 평가기준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술적인 마인드와 재무적인 마인드가 다른 CIO와 CFO의 입장차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IT의 중요성에 비해 CIO의 위상은 아직 낮다. 그럼에도 CIO는 단순 IT의 수준을 넘어 경영자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CFO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예산을 깎는 것만이 CFO의 역할은 아니다.

 CFO와 CIO의 역할은 서로 다르지 않다. 경영전략과 정보화전략을 긴밀히 연계해야 하고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짜야한다. 결국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CIO와 CFO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CFO와 CIO가 다같이 정보화를 선도해야 한다.

<정리=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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